[파이낸셜뉴스]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 10만명을 넘어가면서 새로운 방역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석학들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종식 국면이라는 점에 동감하면서도 위중증 환자를 줄여 의료체계의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등 오미크론이 시대에 대처하는 일관적인 글로벌 리더십을 촉구했다.
최종현 학술원은 22일 ‘오미크론, 끝인가 새로운 시작인가?’라는 제목의 8번째 코로나19 특집 웹세미나를 개최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이날 연사로 나선 안광석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현재까지 가장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로 홍역 바이러스를 꼽는데 환자 1명이 12일 만에 15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는 환자 1명이 12일 동안 216명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며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전무후무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같은날 연단에 선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가 지난해 12월에 한국에 유입되어 지난달 급속도로 퍼졌다며 최근 신규 코로나19 환자의 99%가 오미크론 변이 환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속도가 이전 델타 변이보다 3~4배 빠르고 확산 속도가 빠르면 고점 이후 환자가 줄어드는 시점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확산 속도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비슷했고 남아공에서는 1개월이나 1개월 반 사이에 어느 정도 확산이 진정되었기에 한국도 그렇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3월 중순이나 4월 말 이후에는 확산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의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의 상황을 들면서 오미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진 덕분에 오히려 집단면역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사실상 인구의 절반이 이미 코로나19에 걸렸고 동시에 백신 접종률도 높아 대부분이 항체를 가졌기에 오히려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숫자는 확진자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안 교수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계속하면 유전체 안정성이 떨어져 전파력을 상실하는 만큼 무한히 변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고 백신과 감염으로 항체 역시 늘어났다며 팬데믹이 곧 마무리되어 풍토병으로 토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안 교수는 세계적으로 매년 65만명이 독감으로 사망한다며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백신 접종만이 인명 피해를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기존 백신을 넘어 오미크론 맞춤형 백신이 필요하고 중증 및 입원을 막으려면 기존 백신을 2~3회 접종해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백신을 4차 이상 접종하기보다 변이를 극복하는 새로운 범용백신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석학들은 오미크론 변이를 다루는 사회적인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소장은 이미 전 세계 제약사들이 월 20억회분의 백신을 생산하고 있지만, 물류와 인력 등의 문제로 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이 1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단과 감염경로 파악 능력이 달라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 팬데믹이 발생했지만 글로벌 리더십이 없다”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계획 수립과 예산 등에서 명확한 책임 소재가 없었고 이를 개선할 체계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세미나에 참석한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팬데믹 이후 학교에 가지 못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갈수록 불평등해지고 있다며 지금 학생 세대가 팬데믹으로 입은 피해가 매우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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