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조짐에 지방 분양 시장 냉각
올들어 소수점 둘째자리 경쟁률 속출
대구 982가구 분양에 122명 신청 그쳐
포항·음성·진천·남원 등도 잇따라 미달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작년에 호황을 이뤘던 지방 분양 시장이 올해 들어서는 부진한 성적표를 내는 단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청약시장 호응이 갈수록 낮아지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상북도 경주시 건천읍에서 분양한 '신경주역 더 메트로 줌파크'는 548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14명, 2순위에서 4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최종 경쟁률은 0.04대1에 그쳤다.
같은 날 충청북도 충주시 호암동에서 분양한 '충주 세경아파트'도 170가구 모집에 20명만 신청해 모든 주택형이 미달 됐다. 경쟁률은 0.12대1을 보였다.
대형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 달서구 본리동에서 분양한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의 경우에도 982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66명, 2순위에서 60명이 청약하며 최종 경쟁률이 0.13대1에 그쳤다.
이 뿐 아니라 대구는 분양 건마다 참담한 성적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분양한 대구 달서구 본동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자이'는 470가구 모집에 118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0.25대1에 그쳤고, 대구 남구 대명동 '영대병원역 골드클래스 센트럴'은 655가구 모집에 90가구만 신청해 0.1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같은 대명동에서 지난달 분양한 '나나바루아 아파트'의 경우에도 57가구 모집에 24명이 신청해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경쟁률은 0.42대1을 기록했다.
대구의 경우 아파트 입주물량이 2020년 1만5535가구에서 올해 2만67가구, 내년에 3만2420가구 등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향후 공급 물량까지 대규모로 예정돼 있어 대구 분양시장은 극심한 한파가 불어닥친 상황이다.
이 외에 최근 수 년 간 공급이 많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저조한 청약 성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1일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에서 분양한 '포항 펜타시티 도화아이위시'는 506가구 모집에 471명이 신청해 순위 내 마감에 실패(0.93대1)했다. 충북 진천 '금호어울림 센트럴파크'(0.69대1), 경북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0.15대1), 충북 음성 '동문 디 이스트'(0.72대1) 등도 미달 됐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만7710가구로 전월 1만4094가구 대비 25.7%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다.
분양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71.5로 전월 대비 4.7포인트 하락했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분양시장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된다는 의미, 100을 넘지 못하는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째 하락세로 2020년 9월(60.8)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2021년 상반기의 분양시장 호황이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분양업계에서는 올해 청약 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인 가운데 수도권과 광역시, 지방 등 지역에 따라 청약 옥석 가리기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업계의 관계자는 "최근 4년 간 10만 가구 이상이 공급된 대구와 경북 지역, 충북 진천, 전북 남원 등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다소 떨어지는 지역에서 1순위 마감 실패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며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작년 3분기에 비해 투자수요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이며, 실수요자 위주의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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