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임영웅" 뜨거운 덕질
"덕분에 지친 삶 위로받고 행복해져"
16만여명 팬클럽 따로 ‘덕질 수업’도
BTS와 1·2위 다투는 최애가수 등극
중년 팬덤문화 어디까지 왔나
경제적·시간적 여유있는 ‘오팔세대’
삶의 활력 얻어 적극적·지속적 소비
음악시장 트렌드에도 영향력 발휘
"덕분에 지친 삶 위로받고 행복해져"
16만여명 팬클럽 따로 ‘덕질 수업’도
BTS와 1·2위 다투는 최애가수 등극
중년 팬덤문화 어디까지 왔나
경제적·시간적 여유있는 ‘오팔세대’
삶의 활력 얻어 적극적·지속적 소비
음악시장 트렌드에도 영향력 발휘
■ 팬덤의 진화, 이제는 중년이다
KBS가 지난 1월부터 방송중인 중년팬덤 소재 예능 '주접이 풍년'에는 기존의 편견을 뒤집는 송가인·임영웅 골수팬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닉네임이 '피터분당'인 60대 남성은 자신을 "S대, 은행지점장 출신"이라고 소개한 뒤 "트로트보다 클래식을 즐겨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째 '덕질' 중인 그는 아내와 함께 임영웅의 노래를 들으며 아침을 열고, 그의 사진·쿠션 등 굿즈로 거실을 꾸미고, 틈틈히 '덕질 수업'도 받는다. 약 16만7000명인 팬클럽 '영웅시대' 회원을 만나면 손을 기역자로 구부린 뒤 '건행(건강하고 행복하세요)'이라고 인사한다.
'주접이 풍년' 출연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덕후'가 됐으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내 가수' 덕분에 지친 삶에 위로를 받고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임영웅 팬의 경우 그가 '미스터트롯' 1회 방송에서 홀어머니에게 바치면서 부른 노사연의 '바램'을 듣고 푹 빠진 경우가 많다. 이 노래는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등의 가사가 인상적인데, 임영웅의 담백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때론 읊조리듯 부르는 창법과 어우러져 인기곡으로 거듭났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선거송으로 고른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원곡 김목경)는 김광석 리메이크보다 임영웅 버전이 더 유명해졌다. 팬들은 임영웅을 "보약 같은 존재" "나의 잠자는 심장을 깨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한 70대 팬은 KBS '위아 히어로 임영웅' 단독콘서트 비하인드 다큐멘터리에서 "자식들 다 키워 내보내고 이제 조금 무기력해질 나이인데, 꼭 내 인생 같은 이야기를 노래로 해줘 울게 되고, 감동이 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포토뮤직코리아' 2월호 임영웅 특집기사에서 "트로트의 진정한 기원은 쇼팽부터라는 말도 있는데 (임영웅은) 트로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줬다"며 "트로트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가수"라고 평했다.
임영웅으로 대표되는 중년팬덤은 국내 음악시장에도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임영웅은 지난해 방탄소년단과 함께 한국갤럽이 조사한 13세 이상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가요 가수로 꼽혔다. 30대 이하에서는 방탄소년단이 45.6%의 지지를 얻어 1위, 40대 이상에서는 임영웅이 36.3%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매달 선정하는 스타 브랜드평판 1월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임영웅은 방탄소년단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유튜브 인기 아티스트 톱100 차트에선 5위(1월 28일~2월3일 기준)다. 임영웅은 '2021년 유튜브 국내 최고 인기 뮤직비디오 톱10'에서 '별빛 같은 나의 사랑'으로 1위에 오른 바 있다. 요즘 임영웅의 인기곡은 KBS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의 OST이자 이문세 원곡의 '사랑은 늘 도망가'다. 이 노래는 24일 현재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에서 2위다. 이곳에선 '최애 아티스트'를 뽑는 이벤트가 진행 중인데, 임영웅이 방탄소년단을 누르고 1위다. 멜론 관계자는 "트로트 열풍 이전에는 차트에 트로트 곡이 진입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지만 2월 현재 '사랑은 늘 도망가'를 비롯해 '이제 나만 믿어요', '다시 사랑한다면', '별빛 같은 나의 사랑', '그대라는 사치' 등 무려 10곡이 진입해 있다"며 "임영웅은 차트 내에서 그 어떤 가수보다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음악시장에서 중년팬덤의 영향력에 대해선 "이미 기존 아이돌 팬덤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한국사회 전체의 중위연령이 2020년 기준 43.7세에 달하는 등 중장년 인구가 청년층 인구를 앞지른 상황이라 그들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봤다.
임영웅의 인기는 TV 출연이 뜸한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팬덤가수'로 확실히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임영웅은 지난해 9월 TV조선과 매니지먼트 계약이 종료된 후 방송 출연을 자제하고, 주로 유튜브 채널 임영웅(구독자 130만명)·임영웅 숏츠(구독자 21만명)를 통해 소통한다. 정규앨범 발매를 앞둔 그는 올해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도 열 예정이다. 실시간 음악차트 '한터차트' 관계자는 "아이돌 앨범도 초동판매량 50만장을 넘기기 쉽지 않은데 2020년 김호중의 피지컬 앨범이 50만장을 넘기고, 지난해 정동원 앨범이 10만장을 넘겼다"며 "임영웅은 음원만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왔기에 첫 피지컬 앨범이 나오면 신기록 탄생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앞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팬덤의 경제적 파급력이 커지고 있으며, 새롭게 팬덤 문화를 주도하는 오팔세대는 MZ세대 이상의 소비 잠재력을 보유한 집단으로 변모 중"이라고 보고했다. 이들은 1980년대 조용필,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등 이미 '덕질'를 경험한 세대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의 이재원 연구위원은 "과거 '오빠부대'로 불리던 팬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누나팬' '이모팬'으로 변모했다"며 "스타와 유사사회적 관계를 갖기 쉬운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과 활용 능력, 스타를 육성할 수 있는 재력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보다 더 강력한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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