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아버지가 장남을 어찌 먼저 보내냐고…. 빈소에 오시지도 못했어요."
25일 오후 광주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 희생자 6명 중 미리 장례를 치른 2명을 제외한 4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지난달 11일 사고 발생 후 45일 만이다.
1층에는 피해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차려졌다. 그 위로 4층을 제외한 각 층마다 피해자들의 빈소가 마련됐다.
합동분향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김부겸 국무총리와 대선 후보, 정치인이 보낸 근조 화환이 놓였다.
5층에 마련된 한 피해자의 빈소는 유독 적막감과 허전한 기운이 맴돌았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창호 업무를 맡았던 고인 오모씨(57)의 빈소다.
미혼이었던 고인의 곁에는 큰형을 먼저 보낸 두 동생과 조카가 자리를 지켰다. 유족들은 고인이 30여년간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베테랑 근무자였다고 회상했다.
고인과 3살 터울이라는 둘째 남동생 A씨는 "장남인 우리 형은 무뚝뚝하지만 어른스럽고, 늘 의지가 됐던 사람"이라며 "술이라도 한잔하고 싶다. 맨 정신에선 말조차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두 형제 모두 무뚝뚝한 성격이라 자주 통화하거나 왕래하진 않았지만 사이는 무척 좋았다고 했다. 동생은 형과 마지막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말 수가 없어요, 형이. 말이 금인 양 엄청 아끼거든요. 그때 만났을 때 서로 '살아있었네? 머리가 더 하얘졌다?'하고 농담했는데 이제 곁에 없으니 그런 농담도 못하고, 하…."
형과의 마지막 추억을 떠올리던 남동생이 고개를 떨궜다. 아버지 생각이 나 더욱 말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버지가 계시는데 빈소에 못 오시겠다고 하셨어요. 아버지가 84세신데 자기가 너무 오래 살았다고, 장남을 어찌 먼저 보내냐고. 오시면 쓰러지실까봐…."
A씨의 시뻘게진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는 "개선을 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이제 시작이다"며 "우리나라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구조적인 부분을 개선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빈소를 찾아 애도했고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과 김태영 광주 서구의장 등도 방문했다.
일반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얼마 후 개학을 앞뒀다는 대학생부터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까지 한 마음으로 희생자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발인은 27일 오전 11시 열리며 4명 모두 영락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월11일 오후 3시46분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단지 201동 외벽이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지며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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