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을 풍미했던 서방의 대잠초계기가 P-3 오라이언, 아틀란틱, 님로드라면 이에 대항하는 동구권의 대잠초계기는 이 러시아의 IL-38과 Tu-142라고 할 수 있다.
IL-38은 러시아 여객기 'IL-18'의 군용 버전으로 1961년 개발됐다. 당시 IL-38에는 조준항법시스템 '베르쿠트(Беркут)'가 장착돼 있었다. 주요 임무는 러시아 연안을 순찰비행하면서 적의 잠수함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적 잠수함을 발견하는 경우 장착된 어뢰를 이용해 잠수함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도록 설계돼 있었다. 기체 자체의 특이한 점이라면 동체위 머리부분에 레이더가 달려있어 조기경보기 기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소련 군부는 당시에 IL-38에 탑재된 조준항법시스템 '베르쿠트'가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잠전투에 엄격히 한정돼 있어 미국산 경쟁모델 'P-3C 오라이온(Orion)'에 한참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라이온은 잠수함은 물론 해상함에도 대응할 수 있었고, 대양감시와 무선정찰 기능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베르쿠트 조준항법시스템의 현대화는 1960년대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4년 7월 무렵에야 IL-38은 핵심 전투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버전 새 시스템 '노벨라(Новелла)'를 갖춘다.
설계자들에 따르면, 반경 90km 내 공중 목표물, 320km 내 해상목표물을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동시에 해상, 해저 목표물 32개를 감시할 수 있다. 해저, 해상 및 공중 레이더 정찰을 위해 사용되며, 표적을 지정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노벨라 시스템은 디지털 컴퓨터와 그에 연결된 13인치 액정 표시창이 달린 제어용 단말기 2기와 대형 모니터가 장착된 지휘관용 단말기로 이뤄져 있다.
IL-38 제작사 '일류신'의 회장 유리 유진은 "한마디로 말해 미국의 최신 대함초계기 'P-8 포세이돈(Poseidon)'의 완벽한 유사 모델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최신 잠수함의 수색·탐지·추적 및 파괴를 위해 초음속 속도가 필요치 않으며 항속거리가 중요한 데 IL-38의 장점은 항속거리가 긴 2200km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해안 근처를 천천히 감시하면서 정찰임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하다. 소속함대의 다른 기종에서 적의 잠수함이나 함단을 포착하는 경우, IL-38은 주력 부대보다 먼저 발견 지점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독자적으로 하나 혹은 다수의 목표물에 대한 추격 또는 심지어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
하지만 구소련 해군은 가장 넓은 해역을 담당하고 있어 초계기 전력의 소요 자체는 매우 큼에도 생산량은 동구권에서 대잠초계기 경쟁자가 별로 없음에도 수백대가 생산된 P-3 오라이언이나 그에 버금가는 아틀란틱과 달리 이 기체의 생산량은 수출된 것까지 포함해봐도 60기에 불과하다.
IL-38 무장창의 전투하중은 9톤이다. 여기에는 어뢰, 대잠폭탄, 수뢰, 구조 컨테이너, 해상 표적탄 OMAB-12D이 있다. 또한 심지어 대함 순항미사일도 있다. 제작사 일류신은 러시아 국방부와의 계약에 따라 IL-38 5대를 현대화하는 중이다.
동시대 서방의 초계기(P-3 오라이언, 아틀란틱, 님로드)들이 모두 생산이 중단되고 퇴역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비해 이 기체는 아직도 IL-38N이라는 신버젼이 나오면서 생산이 계속되고 있는데 사실 이건 장점이라기보다 서구의 대잠초계기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발되었지만 러시아의 경우 새로운 플랫폼이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해군은 베리예프 A-40 수륙양용 대잠초계기도 개발했지만 IL-38을 완전히 대체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머지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서방의 기존 초계기들과 비교하면 IL-38 자체의 앞날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러시아 해군 외에도 이라크 해군이나 인도 해군이 운용한다. 인도 해군의 경우 아직도 업그레이드하는 걸로 보아, P-8 도입은 이 기체가 아니라 상위 체급인 Tu-142 대체를 위한 것인 듯하다.
현대식 대잠기가 없던 중국 해군은 남아도는 달러를 이용한 무차별적인 무기 개발에 편승해 SH-5 수륙양용 대잠기나 Y-8X처럼 현대식 센서나 무장이 결핍된 ASW MPA 세력을 보다 발전된 Y-8Q를 개발하여 대체하는 계획을 2000년대부터 시작했다.
원래 1983년 Shaanxi Aircraft Company가 Y-8을 바탕으로 제안한 터보프롭 대잠초계기 개발안을 1984년 중국 해군이 승인해 시작된다. 1985년 Y-8 MPA가 완성돼 인도된 후 1985년 중국 정부 인증을 받은데서 현재의 Y-8Q가 태동됐다.
그러나 첫 시제기는 2011년 후반에 등장한다. 이렇게 등장한 Y-8Q는 해군이 원하는 소노부이, 수상 수색 레이더, 데이터 링크, 통합된 무장 등을 갖춘다.
전천후 비행능력을 갖춘 Y-8 MPA는 최대 비행속도 662km/h. 비행거리 5620km, 상승고도 1만400m이며 최대 10.5시간 체공할 수 있어 대잠전 수행에 문제가 없다. 상승률은 10m/s이다.
2012년 6월 말경 중국이 대잠초계기인 '가오신 6호(콩첸-200으로도 불림)' 개발에 성공했다고 홍콩언론들이 보도했다.
홍콩언론들은 '가오신 6호'가 중국의 수송기 '윈-8'을 개조해 만든 것으로 '가오신 6호'의 개발 성공으로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대형 대잠초계기를 갖는 나라가 됐다고 전했다.
'가오신 6호'는 미국의 P-3C 대잠 초계기와 비교해 최대 순항속도 등은 비슷하지만, 잠수함 탐지 능력과 정확도는 더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2017년 7월 3일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등은 중국 국가해양국은 남중국해 분국에 해상초계기 'B-5002'를 처음으로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날개 길이가 약 30m로 중국 해상초계기 중 최대 크기다.
최대 비행 거리는 2천450㎞로 이론적으로는 남중국해 전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감시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해군 군사전문가인 리제(李杰)는 리제는 B-5002를 배치함으로써 해양 이익을 감시하고 수호하는데 더 정교한 방법을 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 국제대학원의 콜린 코 교수는 B-5002가 정찰 범위·내구성·탑재량에 제한이 있었던 기존 해상초계기 '윈(運·Y)-12'을 보완해 더 오래, 더 멀리 순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 교수는 그러나 "B-5002가 선박이나 해상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지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을 고도 경계 태세에 돌입하게 만들 수 있다"며 해양 분쟁 관련 조치에 앞장선 중국 해안경비대 등이 B-5002를 통해 훨씬 나은 공중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중국은 해상 전력부문의 질적 양적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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