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전쟁통에 중간재까지 발 묶였다…공급망 쇼크, 인플레 압박 더 커져[러, 우크라 침공 후폭풍]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8 17:50

수정 2022.02.28 17:50

러 원자재 수출 가로 막히고
우크라 선적 작업 멈추면서
석유·가스·밀·해바라기유 가격 폭등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공급난 가중
러 기준금리 9.5%→20%로 인상
30% 폭락 루블화 방어 나서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불로뉴쉬르메르 항구에 러시아 자동차 운반선 발틱 리더호가 정박해 있다. 프랑스 당국은 이날 영불해협을 지나던 해당 선박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AP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불로뉴쉬르메르 항구에 러시아 자동차 운반선 발틱 리더호가 정박해 있다. 프랑스 당국은 이날 영불해협을 지나던 해당 선박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AP

【파이낸셜뉴스 서울·베이징=박종원 기자 정지우 특파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종 금융제재와 물류 통제가 도입되면서 가뜩이나 심각했던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양국이 주력으로 수출하던 원자재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생산되던 중간재 역시 발이 묶이면서 물가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월 2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원자재 수출이 막히고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던 선적 작업이 멈추면서 석유와 천연가스, 밀, 해바라기유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케르치 해협에는 최소 22척의 유조선이 흑해 연안 항구의 봉쇄로 하염없이 대기중이다.


WSJ는 관계자를 인용해 스위스의 철광석 펠릿 수출업체인 페렉스포가 우크라이나 남서부에 있는 피우덴니항에서 화물을 가지고 올 수 없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일본의 일본제철, 오스트리아의 푀스트알피네 등 철강업체들은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처럼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서 올해 석유 가격은 8년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고 알루미늄 가격과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인 팔라듐 가격은 올해 들어 각각 20%, 26.7%씩 올랐다.

■원자재·곡물 등 가격 폭등

밀 가격 역시 지난주 미 시카고 거래소 기준으로 10년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량은 합하면 전 세계 3분의 1 수준이다. 양국의 옥수수 수출과 해바라기유 수출 규모 역시 각각 전 세계 대비 19%, 80%에 달한다.

미 JP모간에 따르면 러시아의 MMC 노릴스크 니켈 PJSC 광산은 스테인리스강과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약 11%, 세계 팔라듐 생산의 40%를 담당한다. 러시아는 또 다른 배터리 성분인 전 세계 코발트의 4%를 채굴하고 있으며 철강 제조에 사용되는 바나듐의 4분의 1과 구리의 3.5%를 채굴하고 있다.

WSJ는 원자재 뿐만 아니라 중간재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배선 시스템을 구할 수 없어 동부 작센주 츠비카우 공장의 가동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생산이 재개되기 전까지 직원 약 8000명을 일시 해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현재 22개 외국 기업들이 배전 시스템, 전자부품, 좌석 등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기 위해 38개의 공장을 가동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오늘은 (공망)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문제가 생길지 여부를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반도체·배터리 공급란 가중

중국 전기차 생산업체들이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 공급난에 직면하면서 인도 지연 등 소비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3대 전기차 스타트업 가운데 한 곳인 샤오펑은 지난주 배터리 공급난으로 자사의 'P5' 전기차 인도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소비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샤오펑은 지난해 말에도 반도체 공급난으로 주문한 전기차의 인도가 지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산 바 있다.

샤오펑은 광둥성 광저우에 본사를 둔 전기차 스타트업체다. 준중형 세단인 'P5'을 주력 모델로 생산한다.

샤오펑의 지난해 중국 시장 전기차 인도량은 총 9만8155대로, 전년 대비 263% 급증했다. 하지만 반도체에 더해 배터리 공급난까지 겪게 되면서 생산에는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고 SCMP는 전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이자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인 테슬라의 경우 자사의 전기차 주문 소비자들에게 '최소 4개월 대기'를 설명하고 있다. 테슬라가 지난해 중국 시장에 인도한 전기차는 2020년보다 배 이상 늘어난 32만10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전기차는 '모델 3'와 '모델 Y'다.

또 테슬라는 상하이 푸둥신구 린강 산업구에 신규 공장 건설 작업을 시작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연간 200만대의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된다고 주요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설명했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전기차를 160만대 생산했고, 제너럴모터스(GM)는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합작해 140만대를 만들었다.
폭스바겐은 2023년까지 중국 내 전기차 생산량을 10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확충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면서 배터리 공급난이 단기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SCMP는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 공급 병목현상으로 차량 인도가 지연됨에 따라 새로운 장애물에 맞게 됐다"고 진단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정지우 특파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