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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쪼개기 상장’ 달갑지 않은 이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8 18:13

수정 2022.02.28 18:13

[테헤란로] ‘쪼개기 상장’ 달갑지 않은 이유

"동학개미의 증시 입김이 커진 만큼 소액주주들의 주주권리도 당연히 선진화돼야 합니다."

최근 LG화학, 카카오, CJ ENM 등 주요 기업의 물적분할이 증시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면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급기야 주요 대선후보들도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신주인수권을 우선 부여한다는 물적분할 보완 공약을 잇따라 제시하며 눈길을 끈다.

물적분할은 기업이 특정 사업을 떼어내 법인을 새로 설립하고 그 법인의 지분을 모회사가 갖는 기업분할 방식이다. 물적분할을 통해 기업이 알짜 부문만 따로 떼어 상장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의 피해는 현재까진 소액주주의 몫이다.
지배주주 입장에선 달리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회사 물적분할 후 자금을 유치하더라도 상장 후 유통된 지분 외에 남은 지분의 대부분을 여전히 모회사가 보유해 지배력을 가질 수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물적분할로 독립한 신설법인이 상장할 경우 소액주주 입장에선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다. 당장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통상 모회사 시가총액에 자회사의 알짜사업 가치가 반영돼 있기 마련"이라며 "이에 따라 자회사가 상장할 경우 모회사의 가치가 하향 조정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기관투자자도 "상장사 합병비율을 공정가격으로 결정하거나 의무 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독립자회사 동시상장을 병행해선 안된다"며 "최소한 반대주주에 매수청구권과 찬성 주주에 자회사 신주배정과 함께 인적분할해 지주사에 몰아준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금지하고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사주 매각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최근 물적분할에 대한 논의가 뜨겁자 금융당국도 물적분할 상장심사 기준을 강화한다는 뒷북정책을 내놓고 거래소도 관련 물적분할에 따른 소액주주 보호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투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 가운데 한 유력 대권후보는 임기 중 코스피 5000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이는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소액주주 소외현상이 개선돼야만 병행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주식시장에서 신뢰를 깨뜨리는 기업의 거버넌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내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는 물론 연기금, 기관,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

한국 증시가 만성적으로 저평가받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개인들이 맘 놓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도록 물적분할에 대한 심도 있는 제도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자칫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쪼개기 상장으로 기업들의 펀더멘털과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가 쪼개질 수 있다는 염려도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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