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러 유전개발사업 철수
유럽 기업들도 합작 중단 잇달아
돈줄 묶인 증권거래소 3일째 휴장
세계 1·2위 해운사도 제재 동참
유럽 기업들도 합작 중단 잇달아
돈줄 묶인 증권거래소 3일째 휴장
세계 1·2위 해운사도 제재 동참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동맹국들은 이미 러시아를 '유럽의 북한'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러시아 은행의 해외송금을 차단하고 항공길까지 막았다. 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정보통신, 석유·에너지, 자동차, 항공, 스포츠·예술 분야까지 러시아 보이콧 불길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 중에선 미국의 대형기업이 제재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애플, 엑손모빌, 포드,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했다.
■애플·델·나이키·비자 등 보이콧
애플은 러시아에서 자사 제품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또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앱스토어에서 러시아 매체인 RT뉴스와 스푸트니크뉴스를 삭제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우크라이나 애플 지도에서 교통 및 실시간 사고 소식을 보이지 않도록 했다.
미국 컴퓨터업체 델과 나이키도 러시아에서 제품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자사 네트워크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했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은 러시아 국영방송들의 편향성을 지적하고 이들 채널 폐쇄와 제재에 들어갔다.
미국 대형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에서 운영 중인 유전개발사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엑손모빌은 러시아, 인도, 일본 기업 등과 극동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사할린-1)을 위해 컨소시엄을 운영 중이다.
엑손모빌은 성명에서 "최근 일련의 사태로 우리는 사할린-1 합작회사 운영을 중단하고 손을 떼는 과정을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러시아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더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BP, 셸, 에퀴노어 등 유럽 에너지 대기업들도 잇따라 러시아와 합작사업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에너지 개발업체 BP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로 러시아 국영 석유개발업체 로스네프트의 지분 20%를 매각하면서 관계를 끊는다고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우려를 표명하며 러시아에서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포드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합작투자사에 향후 추가공지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에서 사업을 즉각 중단한다고 알렸다.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도 러시아 수출을 중단했다.
유럽연합(EU)은 유럽의 대표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했다. 미 항공기 제조사 보잉 또한 러시아 항공사들에 대한 지원 등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보잉 측은 "러시아 항공사들에 대한 부품, 유지보수, 기술 지원 등뿐만 아니라 모스크바에서 주요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보잉의 결정으로 서방 항공기 회사들로부터 임차한 700대 이상의 항공기를 계속 운영해야 하는 러시아 항공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1·2위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도 대러 제재에 동참하며 러시아 항구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한다.
■모스크바 거래소 3일째 못열어
각국의 경제제재 속에서 모스크바 증권거래소는 이날까지 3일 연속으로 개장하지 못했다. 대폭락을 막기 위한 것이다.
또한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가 유럽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스베르방크의 유럽 자회사가 예금 대량인출 사태로 인해 파산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치솟고 루블화 가치는 폭락했다. 러시아는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2배나 올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고립시키기 위한 서방의 전례없는 조치에는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와 스위프트(SWIFT·국제금융통신망) 배제 조치가 포함됐다.
스포츠와 예술분야의 러시아 보이콧도 거세다. 월트디즈니컴퍼니·워너브러더스·파라마운트·소니 등 할리우드 제작사는 러시아 배급 중단에 나섰다.
오는 5월 열릴 예정인 유럽 최대 영화제인 칸국제영화제는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독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러시아 출신 수석지휘자가 경질됐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게르기에프와의 단절을 통보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러시아에서 국제 축구경기를 개최할 수 없도록 하고 러시아 축구대표팀의 홈경기도 중립 장소에서 무관중으로 치르도록 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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