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몸속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을 찾아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3 14:47

수정 2022.03.03 14:47

KBSI 이한주 박사팀, 세계 최초 '형광염색 없이도 관찰'
미세플라스틱 오염실태, 인체 유해성 밝혀내는데 도움
KBSI 이한주 박사팀이 다색 CARS 현미경을 이용해 살아있는 인간 골세포 속의 미세플라스틱(PS·주황색)와 지질방울(LD·녹색)을 구분해냈다. KBSI 제공
KBSI 이한주 박사팀이 다색 CARS 현미경을 이용해 살아있는 인간 골세포 속의 미세플라스틱(PS·주황색)와 지질방울(LD·녹색)을 구분해냈다. KBSI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서울센터 이한주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형광 염색 없이도 체내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관찰할 수 있는 레이저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이미징 기술보다도 속도가 50배 이상 빨라 미세플라스틱의 움직임을 수십초 간격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미세플라스틱과 세포 소기관의 생체 움직임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생활환경에 노출된 미세플라스틱의 오염실태나 인체 유해성을 밝혀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한주 박사는 3일 "이번 연구는 생체 내 미세플라스틱 분석을 통해 무염색 레이저 이미징의 효용성을 보여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을 좀 더 발전시키면 식품, 화장품, 세척제 등 생활 소비재의 유해물질 안전성 평가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술개발은 이한주 박사팀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청정기술연구소, ㈜유니오텍 최대식 박사팀,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고려대 화학과 조민행 교수팀이 함께 했다.

지금까지 미세플라스틱과 생체기관에 서로 다른 형광물질을 염색해 관찰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해왔다. 형광염색 관찰법은 형광물질의 광 탈색으로 장시간 측정이 어렵고, 환경에 노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인위적인 염색을 하지 못한다. 형광물질 자체가 독성을 지닐 수도 있어 미세플라스틱의 독성을 밝혀내는데 한계가 있다.

공동연구진은 물질의 고유 진동에너지를 이용해 서로 다른 화학성분의 미세입자를 동시에 영상화할 수 있는 다색 '결맞음 반스톡스 라만 산란(CARS)'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다.

CARS 이미징 기술은 20여 년 전 개발돼 다양한 분야에 활용돼 왔지만, 속도가 느려 종류가 다른 미세입자의 움직임을 동시에 관찰할 수 없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레이저 스캐닝 방식을 다색 CARS 이미징 기술에 접목시켜 이미징 속도를 기존보다 50배 이상 높였다. 그 결과, 살아있는 세포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과 세포 소기관의 생체 움직임을 수십 초 간격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공동연구진은 무염색 상태의 2㎛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을 살아있는 인간 골세포에 넣은 뒤, 다색 CARS 현미경을 이용해 미세플라스틱 입자와 세포 소기관의 하나인 지질방울의 실시간 움직임을 관찰했다. 관찰한 결과, 크기와 모양이 비슷해 일반 광학현미경으로 식별이 힘든 미세플라스틱와 지질방울 입자를 명확히 구분됐다. 또한 속도분포 측정을 통해 생체 운동성 분석도 가능했다.

또 세포가 아닌 선충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의 생체 분포와 축적 상태를 관찰했다.
2㎛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은 조직 침투 흔적 없이 선충의 위장 관 통로에 주로 축적된 반면, 관의 바깥 조직에는 대부분 지질 저장소가 넓게 분포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구진은 "크기와 모양이 유사한 두 물질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조직 침투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환경과학 분야 학술지인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지난 1일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