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운동과 거리두고 대화 멀리하는 당신, 우울증과는 가까워져요 [Weekend 헬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4 04:00

수정 2022.03.04 04:00

팬데믹 시대 ‘마음건강’되찾기
확진때 자책 말고 주위 도움 받아야
전화·SNS로 지인들과 꾸준히 소통
홈트 등 운동 통해 스트레스도 해소
증상 심해지면 병원서 우울증 검사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상생활을 짓누르는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새해부터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으로 사라져버렸고, 이에 따른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일상화되면서 바깥 활동이 위축되고 대면 접촉하는 빈도가 떨어지면서 외로움을 겪는 경우도 많아졌다. 감염병 유행이 지속되는 한 심리적인 어려움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암울한 팬데믹 상황에서도 언젠가는 일상이 회복될 거라는 희망을 품으며 코로나가 드리운 마음의 그림자를 조금씩 지워나갈 때다.

■'정서적 지지' 필요, 과도한 불안 피해야

코로나 유행 초기에는 확진자 수가 지금보다는 적었기 때문에 소수의 확진자들에 대해서 일종의 낙인효과가 발생했었다. 확진됐거나 격리된 사람들을 멀리하려는 일종의 차별적인 행태가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누가 어떤 문제로 확진됐는지 추적이 어려워 확진자의 동선 자체도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와 가족, 동료, 친구들이 확진되거나 격리된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확진된 경우라면 스스로 자책해서는 안되며, 타인이 확진됐을 때도 무탈하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게 중요하다.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과도한 불안감 때문에 정보를 마구잡이로 수집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감염병의 정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을 해소할 만한 정보 탐닉의 대상이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에 집중됐었다. 그러다 백신이 도입됐을 때는 백신 접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에 몰두하는 양상이 나타났고, 최근에는 폭증하는 오미크론 확진자 수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정보를 숙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에까지 매몰되다보면 오히려 불안감이 증폭되고 우울감이 생길 수 있다. 과도한 불안감은 내려놓고 내가 통제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부분에 집중해보자. 객관적인 정보들을 바탕으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을 깨끗이 씻고,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스스로의 건강도 지킬 수 있고 무섭게 번지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도 충분히 통제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정서적 거리' 좁게 유지, 운동으로 극복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우리가 할 것은 물리적 거리두기이지 정서적 거리두기가 아니다"라면서 "물리적 거리두기는 감염병 전파 위험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밀접·밀집·밀폐 장소를 피하는 것이고, 정서적 거리두기는 사람들과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장기화로 오랜 기간 우울감과 불안을 겪으면서 물리적 거리두기를 핑계로 정서적 거리두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따로 사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과의 정서적 거리는 오히려 좁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은 연락에 소홀했더라도 이제부터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나 메신저, SNS를 통해 자주 연락해 안부를 묻고 소소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유행이 2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그 사이 많은 운동시설들이 안타깝게도 문을 닫았다. 문을 연 곳이라도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해야 해 코로나 이전보다 운동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코로나 종식을 기다리며 운동을 손 놓고 있기에는 기약이 없다. 예전처럼 여러 사람들의 기운을 받으며 다 같이 운동을 할 수는 없지만, 집에서라도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여러 가지 홈 트레이닝이 많이 나와 있다.

무료로 공개하는 홈 트레이닝 영상들도 있어서 나에게 맞는 걸 찾아 손쉽게 따라해 볼 수 있다. 물론 코로나라고 집에서만 운동하라는 법은 없다. 마스크를 잘 쓰면서 집 주변을 산책해도 되고 가볍게 뛰어도 좋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중에서 코로나 감염이 두려워 밖에 나가기를 극도로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밀집된 장소에 가는 것은 위험하지만 밀폐되지 않은 개방된 공간에서는 운동 중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개인위생을 준수하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낮다. 실내든 실외든 물리적으로 활동을 해야 우울감이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운동은 우울한 생각에서 벗어나 딴 생각을 하게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준다. 특정 생각을 안 하려고 하면 그 생각만 떠오른다. 딴 생각을 해야 하는데 생각을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생각을 전환하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고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이럴 때 몸을 움직여줘야 한다. 간혹 우울감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안에서부터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울감이 해소돼야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라 우울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몸부터 움직여야 한다. 그동안 체력이 많이 떨어져 운동을 시작할 때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복식호흡부터 해보자. 숨을 천천히 5초 동안 들이켰다가 다시 5초 동안 내쉰다. 복식호흡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보면 긴장이 완화되고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우울증 의심되면 반드시 병원가봐야

'코로나 블루'와 우울증은 엄연히 다르다. 코로나 블루는 우리가 코로나 상황에서 겪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주요 우울장애는 이 스트레스가 지속돼서 병적인 상태로 진입한 것을 뜻한다. 따라서 코로나 블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불안은 줄이고 신체 활동은 늘리는 등 앞서 말한 대처법들을 시행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병적인 측면에서 우울증이 진행된 것은 아닌지 판단해 볼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 교수는 "열이 나면 병원에 가는 게 매우 당연한 일이듯 장기화된 코로나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심해지거나 우울증이 의심될 때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라면서 "상담이 필요할 때는 부담 갖지 말고 병원에 내원해 전문의와 함께 개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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