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방과후학교 개강 연기
운영 시기 결정은 학교장 재량
연락 기다리다 학기 끝나기도
운영 시기 결정은 학교장 재량
연락 기다리다 학기 끝나기도
"코로나 겪으며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쿠팡, 물류센터, 마스크 공장까지, 학교에서 답을 안 주니 마냥 앉아만 있을 수 없었죠."
15년차 베테랑 공예 방과후 강사 A씨가 코로나19 이후 2년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가 '셧다운' 되면서 방과후학교 강의 역시 장기간 중단·연기된 탓이다. 강의 재개라는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생활고가 심해지자 A씨는 자처해 '투잡러'가 됐다. A씨는 "이번 새학기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한숨쉬었다.
■일선 학교 방과후 일정 '잠정 연기'
3일 전국방과후학교강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가 개학 했지만 일선 학교에선 방과후학교 개강을 무기한 연기해 강사들 고충이 여전한 실정이다.
강사 A씨가 수업 한 5개 학교 중 4개교는 '개강 잠정 연기' 상태다. A씨는 "한 학교는 '1·4분기 전면 취소', 3개 학교는 '4월로 연기' 통보를 받았다"며 "4월 개강 예정이어도 확진자가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경희 전국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은 "4월 중순을 개강 날짜로 잡은 뒤 상황이 안 좋아지면 더 미루겠다는 학교도, 3월 첫째주 개강 계획을 밝힌 뒤 뒤늦게 학부모에 설문을 돌려 5월 중순으로 개강을 미룬 학교도 있다"고 했다.
방과후학교의 경우 일정 기준 없이 '학교장 재량'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운영 시기, 절차 등 모두 다르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 것은 알지만 강사들은 매번 학교의 통보를 마냥 기다리다가 학기가 끝나버리는 상황이 2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과후학교 강사를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 역시 강사들의 고충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진욱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은 "학교들 대부분이 방과후학교 운영 여부를 결정짓는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방과후 강사를 '감염 확산의 단초'로 여기며 차별적 발언을 싣고 있다"며 "강사들은 설문 내용에 대해 전혀 듣지 못한 채 결과를 통보 받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부에 따르면 서울 모 초등학교는 가정통신문에 '방과후학교 수업이 진행될 경우 안전을 위한 방역과 관리 지원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문구를 포함했다.
강사 B씨는 "강사들의 '속마음'엔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한 학교 선생님께 '강의는 언제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니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네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는 교직사회서 이런 존재"라고 말했다.
■ 강사 월평균 수입 200만원 급감
방과후학교 강사들 다수는 급격히 줄어든 강의 탓에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십수년간 독서논술 강사로 근무해온 김 위원장은 "이미 주변 강사 20~30%는 아예 이 일을 그만뒀다"며 "나 역시 지난 2년간 수업을 딱 3번 해서 번 돈이 10만원 남짓"이라고 설명했다.
전국방과후강사노조가 2020년 하반기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방과후강사 피해실태조사' 결과, 지난 2019년 216만원이었던 강사 월 평균 수입은 2020년 12만9000원으로 200만원 이상 급감했다. 또 응답자 10명 중 8명은 2020년 월 소득이 '0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별 교육청은 현장에 방과후학교 정상화를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방과후학교의 경우 학사일정과 연계되기 때문에 학교의 정상등교가 선행돼야 방과후 진행이 가능하다"며 "(방과후학교 강사의)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계속해서 학교 측에 비대면 수업이라도 진행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도 "학교가 학부모 의견을 취합해 소수 인원에 비대면 방식이라도 방과후학교를 적극 운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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