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고지 선점했으나
단일화가 승리보장 못해
단일화가 승리보장 못해
민주당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론에 맞서 정치교체론을 앞세워 안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다. 윤·안 단일화가 어그러질 조짐을 보이면서 정치교체론 확산에 기대를 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단일화 카드는 살아 있었다. 안 후보는 3일 기자회견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단일화 선언으로 완벽한 정권교체가 실현될 것임을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윤 후보와 국힘이 마음을 놓았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여론조사를 봐도 윤·안 단일화가 반드시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지층 결집을 재촉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2002년 노무현 당선은 지지층 결집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당시 투표 전날 정몽준이 단일화 합의를 파기하자 되레 노무현 동정표가 쏟아졌다. 또 후보끼리 단일화에 합의했다고 '안철수표'가 모두 윤 후보에게 가는 것도 아니다. 안철수 후보가 "또 철수했다"는 반발 여론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윤·안 단일화 약속이 얼마나 단단한지도 관건이다. 단일화 선언문은 "함께 정권을 교체하고, 함께 정권을 인수하고, 함께 정권을 준비하며, 함께 정부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총리·장관직을 어떻게 배분한다는 말은 없다. 1997년 김대중 후보는 충청권에 기반을 둔 김종필 후보와 이른바 DJP연합을 구성했다. 두 사람은 '총리 김종필(JP), 내각제 개헌'에 합의했다. 또 경제장관 임명권은 총리가 행사하기로 했다. 이 덕에 김대중 후보는 충청권에서 상당한 표를 흡수했다. 윤·안 단일화가 DJP연합만큼 강한 결속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단일화가 대선 승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은 2012년 대선에서도 입증됐다.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벌이는 도중에 사퇴하고 문재인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유권자의 최종 선택은 박근혜 후보였다. 득표율은 박 후보 51.55%, 문 후보 48.02%로 근소했지만 게임을 뒤집지는 못했다.
윤·안 단일화는 정권교체를 목표로 내세웠다.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론이 정권재창출론보다 우세한 편이다. 불과 촛불혁명 5년 만에 정권교체론이 득세한 것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깊이 반성할 대목이다. 엄중한 유권자의 선택만이 남았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