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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전공대 개교, 선거용 ‘정권대학’ 오명 씻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3 18:34

수정 2022.03.03 18:34

임기내 문 열려고 속도전
에너지 특화 비전에 기대
2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에서 입학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에서 입학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 대학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한전공대)가 2일 개교했다. 한전공대는 탄소중립 등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인재를 길러내고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한국전력공사(한전) 주도로 산전수전을 겪은 끝에 설립됐다. 에너지 인공지능(AI), 에너지 신소재, 수소 에너지, 차세대 그리드, 환경기후 기술 등 5대 유망분야를 중점 연구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영상 축사에서 "한전공대에는 노무현정부에서 문재인정부로 이어지는 일관된 국정철학이 담겨 있다"며 "국가균형발전과 미래에너지 강국의 꿈을 이루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공대는 문 대통령의 2017년 대선 공약이었다.
임기 내 설립을 약속했고, 지역 정치권도 올 대선과 지방선거 전 개교를 원했다. 정부·여당이 선거용 개교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지난해 3월 '한전공대특별법'까지 제정해 미완성 개교를 강행한 이유다.

캠퍼스는 부영그룹이 기부한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골프장 부지에 자리 잡았다. 학교 측의 무료 기숙사 제공과 첨단 연구시설 지원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 처음으로 입학한 학부생 108명과 대학원생 49명은 물론 교수 48명도 강의동, 기숙사, 도서관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공사판 캠퍼스'에서 불편함을 참고 연구·공부해야 한다. 광활한 캠퍼스 부지에 현재 완공된 건물은 4층짜리 강의동 달랑 한 채뿐이다. 기숙사는 기존의 골프텔을 개조해 사용한다.

한전공대 설립·운영에는 2025년까지 모두 8289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지금까지 1500억원이 투자됐다. 설립 때까지는 한전이 투자금을 부담했으나 개교 이후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분담한다. 지난해 영업적자 5조9000여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9조∼20조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의 처지에서는 한숨 돌린 셈이다.

한전공대가 기본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허허벌판에 다소 무리한 일정으로 문을 연 것은 사실이다.
본래의 설립 목적대로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하지만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 세계 10위 공과대학으로 성장하겠다는 장기 비전에 기대를 건다.
탁월한 연구역량과 기업가 정신, 글로벌 시민의식을 갖춘 글로벌 에너지 리더를 배출해 저간의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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