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 생산활동 수준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0%에 비해 우리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이 3.5%로 더 낮았던 배경에는 국제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숨어 있다.
수출 호황과 해외주식 투자 열풍에 따른 배당 수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바람에 경제 성장 규모보다 실제 국민들의 소득 개선 정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교역조건 변화에 따라 나타난 '실질무역손익'은 -4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55조9000억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실질무역손익'이란 수출품과 수입품의 상대적인 가격 변화에 따른 구매력 증감을 나타낸다. 이를테면 수출품을 판 돈으로 수입품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수출품에 비해 수입품 가격이 더욱 크게 오른다면 같은 수출물량으로 교환할 수 있는 수입물량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실질무역손익'에서 지난해 46조1000억원의 손실을 낸 이유도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등의 가격 상승폭에 비해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폭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출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둬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수입과 비교해 교역 조건을 따져보니 손실이 발생했던 셈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실질무역손익'에서 2018년 3조원의 이익을 얻었으나 2019년에는 39조4000억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2020년에는 손실 규모가 26조4000억원으로 줄었으나 2021년 46조1000억원으로 다시 커졌다.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주식에 투자해 얻은 배당, 직접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 등을 합한 '실질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지난해 22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해외주식 투자 열풍에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2018년 7조1000억원에서 2019년 15조2000억원으로 급증한 뒤 2020년 13조8000억원으로 낮아졌던 실질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2021년 22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다만 지난해 기준으로 '실질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실질무역손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질무역손익'과 '실질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따져보는 이유는 이러한 통계 수치가 실질 GNI을 구할 때 사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정 기간 새롭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의미하는 '실질 GDP'에서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익'과 해외에서 주식투자 등을 통해 벌어들인 '실질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하면 '실질 GNI'가 나온다.
즉 '실질 GDP'가 생산활동의 수준을 측정하는 생산지표라면 '실질 GNI'는 이러한 생산활동을 통해 획득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보면 된다.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교역조건이 악화해 '실질무역손익'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의 증가폭마저 이에 못 미치면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소득 개선의 정도는 경제 성장 규모보다 낮아지게 된다.
실제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4.0%였으나 실질 GNI는 이보다 낮은 3.5%에 머물렀다. 기껏 수출로 돈을 벌어들였더니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무역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GDP와 GNI 증가율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국제유가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회복 과정에서 석유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해 국제유가가 상향 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돌발 변수가 터지면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 2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종전의 배럴당 100달러에서 110달러로 높여 잡았다. 배럴당 125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덧붙였다. 모건스탠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에 프리미엄이 발생했으며 앞으로 몇 달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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