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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로 설거지를? 쓰레기 없는 세제 소프넛 [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5 08:45

수정 2022.03.05 08:44

플라스틱, 쓰레기 안나오는 세제 소프넛
첨가제 없이 물만으로도 세척 가능
설거지용 주방 세제로 추천, 세탁은 글쎄
[파이낸셜뉴스] 1년에 먹는 잔류 세제가 소주 2잔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설거지에 신경 쓰지 않으면 식기구에 세제가 조금씩 남아 식사 시에 함께 섭취하게 된다. 합성 세제가 체내에 장기적으로 축적될 경우, 복통과 위염을 유발 할 수 있다.

헹굼에 신경 쓰거나, 설거지를 끝내고도 식기구를 관리해야 잔류 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과정이 번거롭다면 세제를 천연 세제로 바꾸는 것이 좋다.
천연 유래 성분의 순한 세제도 많지만 이왕 바꾸는 김에 플라스틱도, 쓰레기도 안 나오는 세척 열매인 소프넛(soapnut)을 사용해봤다.



소프넛(soapnut)은 무환자나무의 열매껍질을 말린 것이다. 무환자나무는 집에 심으면 자식에게 근심·걱정이나 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여 무환자(蕪患子)라는 이름이 붙었다. 열매는 염주 만드는 데 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절 주변에 심었다. 열매껍질을 잘 말려서 물에 넣어서 흔들면 거품이 풍성하게 나기 때문에 천연 세제로 사용할 수 있다.

소프넛에서 거품이 나는 이유는 소프넛 속 풍부한 사포닌 덕분이다. 사포닌은 라틴어 ‘비누(sapo)’에서 유래한 천연 계면활성제로 물과 만나면 거품이 난다. 친수성과 친유성을 고루 갖추고 있어 기름때도 지울 수 있다. 다른 첨가제 없이 소프넛과 물만 있어도 간단하게 세제로 만들 수 있다.

물만으로도 간단하게 세제 뚝딱

소프넛과 물로 세제를 만든 모습 /사진=[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나] 유튜브
소프넛과 물로 세제를 만든 모습 /사진=[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나] 유튜브

소프넛을 주방 세제로 사용하려면 소프넛의 사포닌 성분을 물에 우려내야 한다. 따뜻한 물에 소프넛을 5개 이상 넣고 오래 우리거나, 긴 통에 물을 반쯤 채우고 소프넛을 넣어서 흔들면 된다. 사포닌이 우러나와 물이 갈색으로 변하거나 거품이 몽글몽글 일어나면 세제로 사용 가능하다.

소프넛에는 거품을 유지하는 성분이 없어서 거품이 오래 가지 않는다. 거품이 가라앉아도 이미 물에 사포닌이 우러나와 세척력이 충분하므로 다시 거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거품이 없어서 헹굴 때 물을 적게 써도 깨끗하게 마무리 할 수 있다.

소프넛 용액을 자주 사용한다면 농축액을 만들어 두고두고 쓸 수 있다. 물 1L에 소프넛 10개 이상을 넣고 끓이면 소프넛 농축액을 만들 수 있다. 실온에서 2~3일 이내로 사용하고, 냉장 보관한다면 일주일까지 사용 가능하다. 농축액은 설거지뿐만 아니라 과일 세척, 화장실 청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한 소프넛은 그늘에 말려 재사용이 가능하다. 물에 우려 사용했다면 3~4회, 농축액을 우려냈다면 1~2회 재사용 가능하다. 더 사포닌이 우러나오지 않거나 회색빛이 돌 때 버리면 된다. 열매껍질이므로 일반 쓰레기로 버리고, 화단이 있다면 갈아서 비료로 줄 수 있다. 소프넛에 남은 사포닌 성분이 천연 살충제 역할을 해 작물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다 쓴 소프넛을 비료로 활용한다면 쓰레기가 전혀 생기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도 좋다.

소프넛을 사용할 때 가장 유의할 점은 냄새다. 특유의 시큼하고 쿰쿰한 냄새가 열매껍질뿐만 아니라 소프넛 용액에서도 은은하게 난다. 하지만 소프넛 용액을 사용하고 잘 헹궈낸다면 냄새도 사라진다. 설거지를 끝낸 식기구에 냄새 배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소프넛, 약점은 세탁

[서울=뉴시스] 브라운 'SI 5006 BL' 다리미.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브라운 'SI 5006 BL' 다리미.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소프넛이 다용도 세제라고 하여 어디든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실험에서 소프넛의 세척력이 섬유의 얼룩을 지우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나타났다.

2013년 독일 본 대학의 대체 세탁 세제 실험에서 소프넛의 세척력이 맹물보다 낫지 않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가정용 세탁기에서 섭씨 30도와 60도에서 소프넛을 포함한 대체 세제로 다양한 얼룩을 지우는 실험을 진행했다. 소프넛은 합성 세제보다 20%에서 100%가량 세척력이 떨어졌고, 맹물로 세탁하는 것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2020년 호주 소비자 권익 보호 단체 초이스에서 공개한 소프넛 얼룩 세탁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에서 소프넛의 세척력은 평균 42%와 46%로 맹물보다 각 1% 낮은 수치다. 소프넛의 얼룩 세척 효과가 맹물보다 못한 결과다.

실험 결과에도 불구하고 소프넛을 세탁 세제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금 불편함이 있더라도 잔류 세제 걱정이 없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소프넛을 세탁 세제로 사용하려면 오염된 부분을 애벌빨래를 한 뒤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세탁 양에 따라 면 주머니에 소프넛을 5개~10개 넣고 세탁물과 함께 돌리면 된다. 사포닌의 약산성 성분이 섬유를 부드럽게 유지해줘 섬유유연제를 따로 쓰지 않아도 된다.


소프넛은 세탁기보다 주방 세제로 더 빛을 발하는 친환경 세제다. 잔류 세제가 쌓이는 내 몸이, 플라스틱이 쌓여가는 지구가 걱정 된다면 소프넛을 사용해볼 만하다.



yerilim@fnnews.com 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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