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가상자산 모금액 5400만달러 넘겨
우크라 정부 NFT 발행할 계획
러시아는 루블화 폭락에 가상자산 투자 증가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에서 가상자산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에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가상자산 기부가 이어지는 한편, 러시아에서는 금융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가상자산 투자가 증가했다. 국경 간 거래 제한이 없고, 비용이 거의 없이 실시간으로 전송이 가능한 가상자산의 특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크라 정부 NFT 발행할 계획
러시아는 루블화 폭락에 가상자산 투자 증가
우크라 정부, 5400만달러 상당 가상자산 모금
CNBC는 3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공을 당한 후 약 5400만달러(약 660억원) 이상의 가상자산 기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엘립틱(Ellipti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 컴백얼라이브(Come Back Alive)에 러시아 침공 이후 5470만달러(약 665억원) 상당의 가상자산 10만2000개 이상이 기부됐다. 이는 폴카닷(DOT) 설립자인 개빈 우드가 580만달러(약 70억원) 상당을 기부한 것이 포함된 규모다.
지금까지 기부금은 이더리움(ETH) 1820만달러(약 221억원), 비트코인(BTC) 1720만달러(약 209억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등이 950만달러(약 115억원) 등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월 26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가상자산 기부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지갑 주소를 공개했다. 기존 방식의 기부로는 발빠른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나온 고유지책이었다.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가상자산 커뮤니티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도지코인(DOGE)과 폴카닷(DOT)도 기부 대상에 추가 됐다.
가상자산 기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결제를 차단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우회할 수 있어 실효성이 높다. 엘리틱에 따르면 기부된 가상자산 중 4670만달러(약 567억원)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직접 지원됐다.
엘립틱의 톰 로빈슨 수석연구원은 "가상자산은 국경의 제한이 없고, 제재에 대응해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중앙기관이 없기 때문에 검열에도 강해 국제 사회의 모금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기부는 대체불가능한토큰(Non-Fungible Tokens, NFT)으로도 진행됐다. 이미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더리움 계정으로 20만달러(약 2억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크립토펑크 NFT가 전송됐다. 또 우크라이나DAO는 우크라이나 국기 형태의 NFT를 650만달러(약 79억원) 상당의 이더리움으로 경매에 붙였다. 경매 수익금은 컴백얼라이브에 전달될 에정이다.
미카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도우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조만간 우크라이나 군을 지원하기 위한 NFT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선 루블화 가치 하락에 가상자산 투자 급증
가상자산은 국제사회로부터 금융 제재를 받은 러시아에서도 활용됐다. 우크라이나 긴장이 고조되면서 2주 이상 하향세를 걷던 비트코인(BTC) 시세가 최근에 갑작스러운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러시아 내부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사모으기 시작한데다, 위기에 취약한 기존 금융 시스템에 비해 가상자산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글로벌 시장에 확산되면서 가상자산 시세 급등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오전 3만7278.55달러(약 4529만원)였던 비트코인은 다음 날인 3월 1일 오후 4만4793.60달러(약 5445만원)로 하루만에 20%나 급등했다. 비트코인이 4만4000달러(약 5350만원) 대를 찍은 것은 지난 2월 17일 이후 2주일여 만이다.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4만2000달러(약 5100만원) 대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강력한 긴축재정이 실행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올 들어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 주식시장과 동반 하락세를 이어왔다. 지난 해 12월 5만달러(약 6000만원) 대였던 비트코인 시세는 올 1월에는 3만3000달러(약 4000만원) 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그런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현실화된 이후 돌연 가상자산 시세는 급등한 것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러시아 루블화(RUB) 기반 하루 가상자산 거래량은 평소 1100만달러(약 134억원)였는데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주요 인사와 은행을 국제긍융결제망(SWIFT)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3580만달러(약 435억원)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러시아인들이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루블화를 가상자산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의 찰스 헤이터(Charles Hayter) 최고경영자(CEO)는 "루블화가 폭락함에 따라 가상자산이 부를 보존하기 위한 경로가 됐다"고 말했으며,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도 "일부 일반 러시아인들은 루블화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을 생명줄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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