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사건의 재구성]목 조른 스토킹범 용서해줬는데…끝내 목숨 앗아갔다

뉴스1

입력 2022.03.05 08:00

수정 2022.08.17 15:49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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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에서 남녀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중국동포 남성이 지난해 1월 서울 영등포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대림동에서 남녀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중국동포 남성이 지난해 1월 서울 영등포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2021년 1월22일 오후 8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번화한 길거리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몸싸움이 이어지자 한 남성이 품 안에서 식칼을 꺼냈다.

중국동포 박모씨(55)는 칼을 보고 도망치려던 40대 여성 A씨를 붙잡았다. 식칼로 A씨의 등을 찔러 쓰러트렸다. 끝이 아니었다.
그는 쓰러진 A씨의 명치 부근을 재차 찔렀다.

박씨는 살인행각은 한 차례 더 있었다. A씨를 살해하기 이전에 A씨의 지인 50대 남성 B씨의 복부도 칼로 찔렀다. 칼에 찔린 B씨는 도망쳤지만 이내 넘어졌다. 박씨는 넘어진 B씨의 복부 등을 여러 차례 찔렀다.

A씨는 병원 이송 과정에서 숨졌고, B씨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차량 통행이 빈번하고 행인들이 버젓이 오가는 번화한 길거리에서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이 사건은 '대림동 남녀 살인사건'으로 불렸다.

이 사건은 박씨가 피해자 A씨에게 자신을 만나 달라며 수년에 걸쳐 쫒아다닌 끝에 결국 살해까지 이르게 된 사건이다.

박씨가 A씨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5월이었다. 박씨는 A씨를 처음 만난 뒤 지속적으로 자신을 만나달라고 괴롭혔다.

지난 2020년 8월엔 A씨를 죽이겠다며 목을 조르기도 했다. A씨는 박씨가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강제추방 당할 것을 우려해 신고를 하지 않았다. 용서가 오히려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진 셈이다.

박씨는 이후에도 A씨에게 연락해 만나줄 것을 요구했다. "너를 잊을 수 없다"거나 "평생 너 옆에 붙어 있겠다"는 음성메시지도 남겼다. A씨는 "당신이 무섭다. 상처를 잊을 수 없다"며 만남을 거부했다.

사건이 발생한 2021년 1월22일 저녁에도 박씨는 술을 마시고 A씨가 일하는 호프집을 찾아갔다. A씨는 박씨에게 "널 영원히 모르는 사람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박씨는 당시 A씨와 함께 있던 지인 B씨와 말다툼을 하게 됐다.

박씨는 말다툼 직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식칼을 챙겨 술집을 다시 찾았다. 이들은 술집을 나와 길거리에서 다시 말다툼을 시작했고, 박씨가 챙겨온 식칼에 끝내 A씨와 B씨는 목숨을 잃었다.

박씨는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새벽 5시까지 술을 더 마신 뒤 친척 집에 가서 잠을 잤다. 이후 경찰에 체포된 박씨 진술은 주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는 "죽이려면 완전하게 죽여야지"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심지어 박씨는 A씨와 2017년 만난 이후부터 연인관계였다고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지만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에 있고, 박씨가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점에 비춰 보면 연인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A씨에게는 딸이 1명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A씨와 한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다. 딸은 어머니를 1년 만에 시신으로 마주하게 됐다. B씨의 유족들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박씨는 이들과 합의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박씨를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평생 잘못을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과 대법원도 1심의 판단을 유지해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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