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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리뷰]'뻥' 12㎜ 구멍 뚫은 '소니 이어폰'…JYP도 반할 공기반 소리반

뉴스1

입력 2022.03.05 08:35

수정 2022.03.05 08:35

소니 새 무선이어폰 '링크버즈' © 뉴스1 오현주 기자
소니 새 무선이어폰 '링크버즈' © 뉴스1 오현주 기자


소니 헤드폰 커넥트 애플리케이션 © 뉴스1 오현주 기자
소니 헤드폰 커넥트 애플리케이션 © 뉴스1 오현주 기자


소니 무선 이어폰 링크버즈 착용 모습 (소니코리아 제공)© 뉴스1
소니 무선 이어폰 링크버즈 착용 모습 (소니코리아 제공)© 뉴스1


소니 무선이어폰 '링크버즈' 배터리 잔량 알림 메시지© 뉴스1 오현주 기자
소니 무선이어폰 '링크버즈' 배터리 잔량 알림 메시지© 뉴스1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내 귀에 달린 '반지' 그리고 '목탁'"


소니가 지난달 23일 출시한 완전 오픈형 무선 이어폰 '링크버즈'를 한마디로 설명한 말이다. 소니는 경쟁이 치열한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구멍'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어폰 하단에 '12㎜ 지름의 구멍'을 뚫고 등장한 것. 정확한 이름은 '링 드라이버'다.

'링(반지) 디자인'은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처음 나온 스타일이다. 애플 에어팟의 '스템'(기둥)과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의 '강낭콩' 모양과는 첫인상부터 달랐다.

◇링 드라이버로 외부 바람도 느껴…주변 소리도 '생생'

애플·삼성 이어폰과 다른 것은 겉모습만이 아니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으니 '12㎜ 링 드라이버'를 통해 바람이 잘 들어왔다. 기자가 쓰던 '갤럭시 버즈 프로'에서의 '먹먹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출퇴근길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감수해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작은 구멍이 뿜는 힘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링크버즈에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노캔) 기능이 없지만, 대신 사용자에게 일상생활과 한층 더 연결되는 느낌을 준다. 귀에 꽂고 노래를 듣자 바깥소리가 구멍을 타고 생생히 들렸다. 가수 박진영의 유행어인 '공기반 소리반'처럼 바람과 일상생활 속 소리가 적절하게 섞였다.

음악을 들어도 방문 너머 싱크대 수돗물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물론 노캔 이어폰 만큼의 웅장한 베이스의 소리를 들려주진 않는다. 하지만 '잔향감'이 뛰어나다. 기존 이어폰으로 듣고 싶은 것만 들어온 기자에게 '세상과 연결되는 느낌'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일상생활에 배경음악'(BGM)을 끼얹은 것 같았다. 특히 소니 헤드폰 커넥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스픽 투 챗'(Speak-To-Chat) 기능을 활성화 했을 때였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음악이 갑자기 멈췄다. 링크버즈가 사람의 목소리를 자동으로 인식해 사용자가 일상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덕분에 카페 점원의 물음에도 즉각 답변을 할 수 있었다. 길거리를 다니며 화물차가 내는 경적소리도 들어 곧장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눈치가 빠른 이어폰은 대화가 들리지 않으면 약 15초 뒤 다시 음악을 재생시키는 능력도 품고 있었다. 굳이 벗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소리를 듣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또한 이어폰을 두드리지 않아도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었다. 귀 앞쪽의 골전도를 두번 치거나, 손바닥으로 뺨을 약간 만지자 이어폰이 작동됐다. 오디오 명가인 소니답게 인체공학적 설계가 돋보였다.

링크버즈는 '착용감'이 뛰어난 것도 특징이다. 쉽게 말하자면 귀에 살짝 걸쳐도 되는 '오픈형 디자인'으로 커널형 제품에서 느껴지는 뻑뻑함이 보이지 않았다. 귀에 밀착한 이어폰을 쓰다 외이도염을 앓는 지인들을 많이 봤던 터라, 신뢰도가 더욱 올라갔다. 귓구멍이 유독 작거나 큰 사용자를 배려한 5종 사이즈의 '피팅 서포터'를 보고도 믿음이 갔다.

◇노이즈 캔슬링 없어도 '음색 화려'…무선충전 안 돼 '아쉬움'

사실 소니는 올해 1·2월 무선 이어폰 시장에 새 도전장을 내민 LG전자와 샤오미와도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가성비 전략'을 내세워 각각 11만9000원, 2만9900원에 제품을 출시했다. 링크버즈는 22만9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값이다.

노캔 기능 없이 22만원대 가격.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1주일간 링크버즈를 끼고 잠을 자고, 운동장을 돌아본 결과 그만큼의 화려한 음색을 들려줬다. 오디오 명가답게 '업스케일링 기술'을 적용해 시끄러운 곳에서 녹음된 음성도 또렷하게 복구해줬다.

특히 앱에서 '360 리얼리티 오디오' 기능을 활성화하니 마치 라이브 공연장에서 아티스트의 음악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노캔 성능이 없어 음악에 집중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을 지우는 강력한 무기다.

이어폰을 착용할 때 스마트폰에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배터리 잔량 메시지도 유용했다. 기성 제품의 경우 기기 관리 앱을 따로 들어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링크버즈는 충전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자동으로 알려줬다.

여러 프리미엄 기능을 갖췄음에도 '무선충전'과 '멀티포인트'가 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물론 링크버즈가 여러 기기와 블루투스 연결이 되는 '멀티 페어링' 기능은 탑재됐다. 하지만 기기 연결이 자동으로 되지 않아, 매번 수동작업이 필요한 것은 번거롭게 다가왔다.

"'우이독경'(牛耳讀經)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작가 양귀자 소설 '모순')

링크버즈를 끼고 하루를 마감할 때마다 생각난 소설 속 글귀다. 기존의 무선이어폰은 자기만의 세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지만, 외부 소리를 철저하게 막아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게 하는 모순이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취향 알고리즘을 통해서도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세상.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소니는 이 모순을 극복하고자, '노캔'의 부작용인 '세상과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구멍을 뚫고 '링 디자인'을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링크버즈는 바쁘게 살면서도 일상 속 주변소리를 듣고 싶어하고, 들어야 하는 사람에게 특별히 추천하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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