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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러 공장 9일 재개… 수급 차질에 감산 장기화 우려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6 18:06

수정 2022.03.06 18:06

기존의 50% 수준으로 생산 줄여
부품 수급 악화땐 공장 멈출수도
현지 진출 부품업체까지 타격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대차 제공
우리나라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 대상에서 면제됐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현지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러시아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들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감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오는 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평소의 50% 수준으로 감산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루블화 가치 폭락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도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 등 러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들은 현지 공장 문을 닫거나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부품 수급난이 심화되자 정상적인 생산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지 판매량이 많지 않은 GM과 볼보 등은 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해 자발적으로 수출을 중단키로 했다.

현지 점유율 2위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러시아 '여성의 날' 연휴 이후인 9일부터 현지 공장 가동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평소의 50% 수준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등 감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은 비축해 둔 재고로 버티더라도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 등으로 부품 수급 문제가 더 악화되면 공장 가동을 다시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생산이 되도 러시아 현지 자동차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 공장에서 23만대(기아 차량 포함)를 생산해 20만대 이상을 러시아 현지에서 팔았다. 수출 물량을 포함한 작년 러시아 합산 판매량은 38만대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러시아에 동반 진출한 부품 업체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현지에는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뿐만 아니라 세종공업, NVH코리아, 경신 등 15개 내외의 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여기에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부품사들은 결제대금을 루블화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루블화 가치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손실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한국이 FDPR 면제국에 포함되면서 수출길이 막힐 것이란 우려는 해소됐다.
하지만 부품 업체들은 글로벌 해상 물류 차질이 심화되면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선사들이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하며 선적과 운항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FDPR 면제국으로 지정돼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아직 구체적이고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공급망 불안과 물류난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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