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에서 중요한 대목을 '눈(目)대목'이라고 한다. 대여섯 시간 걸리는 판소리 완창을 요약해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핵심이 되는 부분을 일컫는 말이다. 노래하는 장사익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장면을 예술적인 찰나로 포착했다. 너무도 당연한 풍경들이 그와 마주했을 때 낯설고 추상적인 인상이 됐다.
소리꾼으로 알려진 장사익이 전시에 나선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첫 전시와 이번 전시는 결이 다르다. 2019년 서예전을 통해서는 노래하듯 유려한 글씨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사진이다. 그의 눈에 비친 사물의 한 자락을 담아내며 사진인듯 그림인듯 모호한 경계 속 예술적 포인트를 담아냈다.
이번에 그가 주로 담아낸 대상은 막힌 벽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공연이 뜸했던 근래, 벽을 마주한 듯 답답한 일상 속 동네를 산책하며 전봇대에 붙은 작은 부착물, 낡은 벽의 낙서 같은 그림, 시간이 퇴색시킨 담장의 페인트칠 등을 클로즈업해 채집했다. 앞길을 가로막는 벽과 같은 인생 여정을 마주했을 때에도 장사익은 그 벽 앞의 작은 틈과 색을 보며 노랫말을 찾아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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