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국민주노총조합(민주노총)이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대규모 집회를 열고 여성 관련 노동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8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세계여성의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집회 측 추산 900여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이들은 혜화역 앞 차로에 자리를 잡고 '차별과 혐오를 넘어 성평등 세상' '저출산 양육부담 국가책임' 등의 팻말을 들었다. 조합원 중에선 마스크를 2개씩 겹쳐쓴 이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기에 앞서 서울 시청역 앞에 모여 성평등운동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시청에서 혐오와 차별 문구가 적힌 풍선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후 보신각→세운상가→대학로로 행진했다. 이 과정에선 '차별의 허들 넘기' '콩주머니 던지기' '에어아치 통과하기' 등 행사도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세계 여성의 날 노동자대회를 진행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여성들의 고용불안과 차별 해소에 대한 요구가 커 집회를 열었다고 주장했다.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대회사를 통해 "성별 임금격차 세계 1위, 여성 비정규직노동자 45%라는 수치가 한국사회 여성지표의 현주소"라며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차별과 불평등, 혐오와 성차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재난으로 가장 먼저 사라지는 일자리는 여성 일자리"라며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는 하나같이 비정규직, 단시간 일자리, 불안정 일자리 뿐. 우리사회 불평등 격차는 더욱 극단화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기득권 정치세력이 양산해온 차별의 유리천장을 깨뜨릴 것"이라며 "안전한 노동환경, 성평등 세상을 위해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진 언론노조성평등위원장 결의문을 낭독하며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명분 없는 전쟁으로 여성들의 상황이 더 열악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협상과 교섭, 토론의 전 영역에서 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해 싸울 것. 여성은 출산과 양육을 넘어 노동하는 시민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국여성의전화가 전일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3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77명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우리 사회는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발적'이었다는 가해자의 구차한 변명을 들어주며 여성살해 현실 외면하고 있다"며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원인과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국가 통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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