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 투자사업팀장이었던 김민걸 회계사가 "정민용이 팀장인 나를 거치지 않고 유동규에게 직보해 갈등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의 1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도개공 기획본부 투자사업팀 팀장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신규 사업 타당성 조사 업무 등을 담당했던 김 회계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회계사는 정영학 회계사의 소개로 성남도개공에 입사해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지침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회계사는 이날 정민용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 관련 내용을 상급자이자 팀장인 자신을 거치지 않고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여러 차례 직접 보고해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대장동 관련 업무를 정민용이 증인(김민걸)을 거치지 않고 유동규에게 보고했나"라고 물었고, 김 회계사는 "공모지침서라는 것이 어쨌든 보고가 됐을 텐데 제가 보고한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검찰이 "공모지침서에 한정해 묻는 것은 아니고, 대장동 사업을 통칭하면 어떤가"라고 묻자 김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정민용이 유동규 본부장에게 직접 보고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정민용이 유동규에게 대장동 사업 관련 업무 보고를 할 때 원칙적으로는 증인과 의견을 나누거나 증인을 거쳐서 보고해야 하는 시스템인가"라고 묻자, 김 회계사는 "원칙은 그게 맞다. (유동규) 본부장에게 직접 보고하더라도 보고하는 내용은 제가 알고 있어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검찰은 "정민용에게 왜 그렇게 행동하느냐고 얘기한 적 없는가"라고 물었고, 김 회계사는 "정민용과 갈등이 있었던 건 맞다"며 "(유동규) 본부장에게 보고하는 사실을 저한테도 보고하라고 몇 번 얘기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시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파트장으로 신규개발사업 제안사항 사전검토 및 추진 결정 등의 업무를 맡았던 정민용 변호사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이익을 몰아주는 '7개 조항'이 담긴 공모지침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정민용 변호사가 작성한 공모지침서는 개발사업본부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공고돼 시행됐다. 당시 개발사업본부 직원들은 '초과이익을 독점하지 못하게 추가 사업이익 배분 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자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게 공모지침서를 수정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김 회계사는 이날 공모지침서 초안을 본 뒤 "확정이익 방식이라고 저에게 보고됐을 때 조금 의외였다"고도 증언했다. 지분참여를 하는 경우 지분대로 이익을 나누는 게 상식인데, 성남도개공이 확정 이익을 가져가는 방식 자체가 의아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김 회계사에 대한 신문을 이어서 진행하기로 했다.
유 전 본부장 등은 2014~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진행 당시 개발업체 선정 과정에서 화천대유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고, 화천대유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성남도개공에 최소 65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