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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59개 증권사의 전산운용비는 6668억원으로 2020년 5802억원에 비해 14.9% 증가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증권업계의 전산운용비가 6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8년 전산운용비는 5419억원, 2019년은 소폭 줄어든 5368억원을 기록했지만 동학 개미 운동 등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도 전산운용비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대형 증권사의 투자가 눈에 띄었다. 20대 증권사의 전산운용비는 53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증가했다.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대형 증권사에 쏠리다 보니 전산운용비 투자도 커졌다.
■IPO 대어 잡으면 이용자도 2배
증권사에게 대규모 IPO는 수수료 수익 뿐 아니라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에너지솔루션 IPO를 통한 KB증권 MTS의 성장이다. 지난 1월 기준 KB증권 MTS ‘마블(M-able)’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04만7259명으로 집계됐다. 부동의 1위였던 키움증권 영웅문S(302만9250명)를 제치고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KB증권의 마블이 성장하게 된 데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IPO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KB증권 MTS 이용자 수는 210만1517명으로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보다 적었으나 LG에너지솔루션 IPO 대표 주관을 맡으면서 이용자 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 청약에 참여한 KB증권 개인 고객 수는 무려 213만명으로, 전체 청약 참여자의 48%가 KB증권으로 몰렸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101만명이 신규 고객이었다.
KB증권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신청자 가운데 모바일을 활용한 청약 고객이 98%에 달한다. 이를 계기로 MTS 마블에 2030세대 주식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황소개구리' 등장으로 MTS 개편 바람
핀테크 기업의 MTS 시장 진입도 기존 증권사들을 긴장시키는 요소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3월 증권 MTS를 출시한 이후 400만 이상의 계좌개설과 230만 이상의 MAU를 달성했다. 거래대금은 지난해 4·4분기 기준 1.5%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이달 중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와 함께 MTS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선보인 토스증권과 마찬가지로 직관적이고 쉬운 매매 서비스를 내세우면서도, 카카오톡을 연계한 종목 공유 등이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정동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증권은 그동안 증권 MTS가 없었음에도 지난해 말 기준 계좌개설수 500만 이상을 달성했다"라며 "카카오페이의 2000만 이상의 MAU와 기개설된 계좌수를 감안하면 많은 MTS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기존 증권사들도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MTS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최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기존 서비스를 대체한 차세대 MTS '이베스트 온'을 내놨다. 유진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MZ세대를 겨냥한 MTS '유투'(U.TOO)와 'O2'(오투:오늘의 투자)를 선보이기도 했다. 키움증권도 1·4분기 내로 MTS '영웅문S'를 전면 개편해 선보일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키움증권의 영웅문S가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후순위 주자와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신규 투자자들의 MTS의 이용이 크게 늘고 있어 증권사들의 MTS 개편은 기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등 핀테크 증권사들과의 경쟁도 심화되면서 '주식 앱은 쓰기 불편하다'는 고객들의 불만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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