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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절벽' 수천곳… 발 빠지고 휠체어 바퀴 끼이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3 18:22

수정 2022.03.13 18:22

열차-승강장 10㎝ 이상 3398곳
서울 지하철 1~8호선 21개 역
엘리베이터 없어 장애인 이용 불가
지하철 '절벽' 수천곳… 발 빠지고 휠체어 바퀴 끼이고
서울교통공사가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이용시설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이 규정을 초과한 곳이 수천 곳에 이르고, 엘리베이터 이용에 차질을 빚는 역사 등이 남아서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역의 구조적 문제 등 어려움이 많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하철 넓은 간격, 장애인에겐 절벽같은 공포"

13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전체 승차 위치 1만9256개 중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이 10㎝를 초과한 곳은 3398개다. 이 가운데 일부 승강장의 경우 열차와 간격이 20㎝에 달하는 곳도 있다.


도시철도건설규칙은 차량과 승강장 사이 간격이 10㎝를 초과할 시 안전 발판 등 설치를 규정하고 있으나, 지하철 1~8호선은 관련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건설돼 규정을 초과한 승강장이 여전히 남아있다.

공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고무 발판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역사 구조가 곡선인 경우 고무 발판 설치시 진입하는 열차와 충돌이 일어나 설치가 불가능한 승강장도 있다.

승강장 사이 넓은 틈으로 인한 발 빠짐 사고는 최근 4년간 280건 넘게 발생했다. 비장애인에게 넓은 간격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에게는 더욱 크게 체감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들은 휠체어로 열차에 오르다가 앞바퀴가 끼는 일이 잦아 지하철을 타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이에 실제 장애인들 사이에선 3호선 경복궁역과 동대입구역 등이 기피 대상으로 꼽힌다.

공사는 장애인의 민원이 접수될 경우 이동식 발판을 설치해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민원도 장애인이 지하철 하차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 공사에 요청해야 하고, 설치까지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길다는 불편이 제기된다.

유진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비장애인은 가볍게 지나치는 지하철 틈이 우리에겐 절벽처럼 공포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며 "전동휠체어는 고중량이기 때문에 바퀴가 심하게 끼면 한 두사람의 도움으로는 빠지지도 않는다. 만에 하나 열차가 출발하기라도 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이용 불가한 지하철역 '21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선 '1역1동선'이 확보돼야 한다는 요구에 힘이 실린다. 1역1동선이란 외부 출구부터 승강장까지 교통약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열차에 탑승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1역1동선이 확보되지 않은 역은 지하철 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리프트는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진동이 심해 위험성이 높다. 리프트를 탄 장애인이 추락해 숨지거나 중상을 입는 사례도 이미 수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서울지하철 1~8호선 전체 275개 역사 중 1역1동선이 미확보된 곳은 21개역이다. 이 가운데 청량리·용답·교대·명동·마천역은 공사가 진행 중으로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강동·종로3가·새절·상월곡 등 10개역은 공사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상일동·고속터미널·복정역은 설계, 신설동·까치산·대흥역은 검토 단계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 등은 오는 2025년까지 1역1동선 확보 완료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공간 확보에 사유지와 저촉되거나 인도의 너무 많은 부분을 점유해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공사 측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리프트를 모두 철거하고 1역1동선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한번에 완료될 순 없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상 엘리베이터 공사가 어려운 역에 대해선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등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며 "장애인분들의 지하철 이용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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