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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생명의 위대함을 느끼다…유연홍 '숲속의 향기'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3 21:14

수정 2022.03.13 21:14

파노라마 같은 다양한 채색·구도
솔방울·들풀 등 자연의 숨결 물씬
자신과의 화해·치유 의미 담아
18~27일 열흘간 예술의전당 개최
유연홍 작가의 '숲속의 향기'전 작품.
유연홍 작가의 '숲속의 향기'전 작품.
[파이낸셜뉴스] 자연과 빛의 세계를 조화롭고 서정적으로 그려내온 유연홍 작가가 은은한 솔향이 퍼지는 공간 속에서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다룬 작품을 선보인다. 유 작가의 '숲속의 향기'전은 기존 '숲' 시리즈를 한 단계 발전시킨 연작이다. 오는 18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소나무 숲 시리즈는 질서정연한 열병식 또는 파노라마처럼 다양한 채색과 구도로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유 작가가 표현한 소나무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도 담백하다. 후면의 빛과 그림자는 소나무가 살아 숨 쉬는 존재임을 부각시킨다. 굳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도 저절로 은근히 빛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다. 늘 푸르른 소나무의 상징성은 우리 민족에게 큰 희망과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서도 고고함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작가는 소나무라는 소재 하나만으로도 치유가 가능한 숲을 만들어낸다. 이는 다시 자작나무, 대나무 시리즈로 이어지며 생명의 본질, 순환, 치유의 고리를 형성한다.

유 작가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치료제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꽃이라 믿는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미소와 환하게 웃는 모습은 벚꽃, 유채꽃, 장미꽃, 수국으로 화려하게 피어난다.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풍요로워지는 것이 꽃들의 향연이다. 자연은 들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만으로도 존재들의 이유가 분명하다. 한 작품, 한 작품이 빚어내는 색채의 화음만이 화폭을 가득 채운다.

이번 전시전에서 솔방울은 은연한 존재감을 뽐낸다. 솔방울은 씨앗을 듬뿍 담고 있는 생명의 보고다. 거목의 소나무도 작은 솔방울 씨앗부터 생명 탄생의 비밀을 갖는 이유다. 100호 크기의 컬러풀한 거대한 솔방울 작품은 울창한 소나무 숲의 또 다른 이미지의 표출이다.

유 작가의 솔방울 시리즈는 생명의 신비에 전율하고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솔방울의 현대적 생명의 해석에서 단연 독보적인 미적 감각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솔방울 시리즈의 보석은 레진을 활용한 크리스탈 기법이다. 투명한 레진 속에서 담겨 있는 솔방울은 수억 년의 세월을 견뎌낸 화석과 같다. 화석의 투명함이 솔방울의 변신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전시작에서 작가는 유화를 투명하게 발라 올리는 기법을 시도했다. 분명 유화지만, 한 편의 수묵화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푸른 자연의 빛깔은 따스하면서도 용맹한 분위기다. 대담한 터치와 과감한 구성력은 생명이 발원하고 약동하는 공간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해준다.
겹겹이 발라내는 붓질은 질감과 양감의 입체적인 느낌을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유 작가는 자신과의 화해, 치유가 이번 숲속의 향기전을 연 이유라고 말한다.


그는 "숲이 집처럼 느껴지는 것은 숲이 가장 건강한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라며 "전시회에 오는 관람객들이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생명을 체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유연홍 작가의 '숲속의 향기'전 작품.
유연홍 작가의 '숲속의 향기'전 작품.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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