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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 눈부신 돌담의 아름다움, 이필언 '25년만의 외출'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4 14:17

수정 2022.03.14 14:17

이필언 '농악'(1980년)
이필언 '농악'(1980년)
그가 그려낸 돌담에는 정감 어린 우리네 삶의 그림자가 서려있다. 그가 그려낸 돌담 속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미가 담겼고 세월의 무상함도 담겨있다. 한국 고유의 건축 양식인 '담'을 주제로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한 이필언 화백(81)이 25년만에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이필언 화백은 14일 "25년 전 한국일보 전시관에서 진행한 개인전 이후 첫 전시"라며 "조각 작업에 10년 몰두하다 이후 위암을 치료하느라고 10여년을 보냈더니 어느새 세월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오랜 시간 서 있어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의 전통 돌담은 이필언 화백에게 있어 모네의 '빛'과 같은 것이었다.
모네가 끝없이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그곳에 서린 빛을 탐구했다면, 이 화백은 돌담을 스쳐간 그림자들을 탐구했다. 우직하게 한자리를 지키고 서 있어 오히려 주목받지 못했던 돌담에 나무 한 그루의 푸릇한 봄과 무성한 여름, 낙엽지는 가을, 메마른 겨울이 담겼다. 풀을 찾아온 소의 그림자와 그 곁에서 놀이를 하는 어린이들, 근처 벤치에 앉아 따뜻한 오후의 한때를 맞이하는 사람들, 연인, 가을의 풍요로움을 기뻐하는 농악단, 또 외로운 사람 모두 야생화가 피어나는 돌담 속 그림자로 새겨졌다.

이필언 '담'(2010년)
이필언 '담'(2010년)
이 화백은 "어린시절 서울 남가좌동에 살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동네의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돌담만은 거기 그대로였던 기억이 있다"며 "조선시대 고궁과 같이 낡은 돌담에도 그만의 고풍스러움이 있는데 그 맛에 빠져 돌담을 그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앉아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왼쪽에 있던 그림자가 어느덧 오른쪽에 가 있어 시간의 변화를 곱씹게 된다"며 "외로울 때나 정다울 때, 슬플 때에도 혹은 혼자서 혹은 둘이서, 파란 많은 역사로 얼룩은 져도 민족의 넋이 담긴 늘 젊은 담"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60여년간 이어온 회화 및 조각 작업을 망라해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그가 1980년 프랑스 방타두르 미술관 특별초대전에서 선보이며 '르 피가로'지의 호평을 받은 대작 '농악'도 다시 선보인다.

이필언 화백
이필언 화백
이 화백은 "초창기 인물 작업부터 풍경, '담'을 주제로한 작품을 비롯해 조각 작품까지 모두 올리는데 조각은 사진 작품으로 대체될 예정"이라며 "너무 오랜만에 전시를 준비하다보니 생소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시를 두 번이나 연기하고 이제사 진행하는데 또 제일 심한 시기에 하게 됐다.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인사동길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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