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 참석, 각종 개혁 성공과 이를 통한 정권재창출을 다짐했다. 즉 "문재인 정부가 못다 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개혁해 나가겠다"면서. 이후 여권 내에서 '20년, 심지어 50년 집권론'(이해찬 전 대표)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대선 결과를 보면 떡 줄 국민은 꿈도 꾸지 않는데 김칫국만 마신 격이다.
어느 나라 선거에서든 '집권당 프리미엄'은 무시할 수 없는 독립변수다. 미국에서 1951년 대통령직을 2번의 임기로 제한하도록 헌법을 수정한 뒤 단임에 그친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조지 H 부시, 지미 카터, 제럴드 포드 등 4명뿐이었다. 경제와 대외정책을 한꺼번에 말아먹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당 대통령이 연임했다는 얘기다.
이번 대선을 통해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이어져온 보수·진보 정당의 '10년 주기 집권론'도 깨졌다. 단임제하에서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며 적어도 한번은 여당에서 바통을 주고받던 관례가 무너진 셈이다.
이는 박빙의 표차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못잖게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씁쓸한 결말이다. 초라한 집권 5년 성적표로 받아들여지면서다. 이 후보조차 선거 내내 '정치 교체'를 거론하며 문 정부와 거리를 뒀으니 더 그럴 것이다.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는 일찍이 권력층 스스로 정권교체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속성을 이렇게 갈파했다. 즉 "서글픈 현실이지만, 인간은 권력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서툴러 점점 남이 참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고. 그렇다면 대장동 사건이니 법인카드로 초밥을 샀느니 하는, 여당 후보의 흠결도 문제였지만 정권이 교체된 것은 여권 전체의 자책골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강준만 교수가 진영에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 평가를 내놨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말에도 당선 득표율과 비슷한 40%가량의 지지율을 유지한 핵심 비결로 '편 가르기 정치'를 꼽으면서다. '내로남불'에 대한 지지자들의 무한 관용이 그 결과란 뜻이다. 이는 "40%만을 바라봤던 문 대통령의 정치적 폐쇄성 때문에 적으로 몰린 60%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이란 진단과도 궤를 같이한다.
결국 여권 스스로 국정 실패의 싹을 틔운 꼴이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독식 인사, 특히 당·청·정 요직에 포진한 '86운동권 세대'를 통해 국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다. 이를테면 탈원전 환경단체의 말에만 귀를 기울인 채 다수 전문가의 의견은 외면해 에너지전환 정책 전반이 사달이 난 게 단적인 사례다.
윤 당선인의 신정부도 국민통합을 소홀히 한 대가를 치른 현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초박빙의 득표율 차로 드러난 민의는 그래서 절묘했다. 현 정권의 오만과 무능을 심판하면서 승자의 자만도 미리 경계했기 때문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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