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약·농업 대기업인 바이엘이 러시아에 내년에는 종자와 농약 등 농업 생산에 필수적인 제품들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뜩이나 높아지고 있는 세계 식량위기 우려를 더 고조시킬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엘은 14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내년에는 종자와 농약 등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로 인해 세계 식량위기 우려가 고조되겠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좌시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바이엘에 따르면 러시아 매출은 약 2억유로 규모로 전세계 총매출의 2% 수준이다.
■ 올해분은 이미 공급
바이엘의 결정은 유동적이다.
당장 올해분 종자, 농약 등은 이미 러시아에 공급했다고 바이엘은 밝혔다. 글로벌 식량 공급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올 작황에 심각한 타격을 줄 종자 등의 공급 중단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에 따라 내년 농약, 종자 공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바이엘은 경고했다.
바이엘은 성명에서 "정치적 상황을 면밀히 관찰해 2023년 이후 (러시아에 대한) 공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엘은 2023년 이후 종자·농약 등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러시아가 정당한 이유 없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국제 외교와 평화의 길로 복귀하는 것"을 제시했다.
■ 농업 업체들에 노다지 러시아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으로 우크라이나와 함께 전세계 밀 수출물량의 30%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와 함께 보리, 해바라기씨 기름 주요 수출국이기도 하다.
주요 농작물 수출국인 러시아는 비료, 종자, 농약, 곡물 거래 업체 등에 이르기까지 농업 관련 업체들에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편으로는 전세계, 특히 두 나라 곡물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 국가들의 식량 위기를 부를 것이란 우려를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두 나라에서 막대한 이윤을 뽑아냈던 농업 업체들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 곡물업체들, 러 투자 중단
러시아 제재에 나선 업체가 바이엘만은 아니다. 곡물 업체들은 바이엘보다 앞서 투자 중단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곡물 중개 업체 가운데 하나인 미국 카길은 바이엘보다 앞서 러시아 비중 축소를 발표했다. 러시아 사업을 완전히 접지는 않지만 영업 비중을 축소하고, 신규 투자는 중단했다.
카길은 식품이 "결코 무기로 활용돼서는 안된다"면서 이같이 선언했다.
카길은 러시아와 전세계 시장에 밀, 옥수수, 보리, 수수, 해바리기씨유 등을 공급한다.
카길 경쟁사인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역시 러시아 영업 축소에 들어갔다. 다만 핵심 식량 상품 생산과 운송은 지속하기로 했다.
글렌코어 자회사인 비테라도 러시아 신규 투자 중단을 발표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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