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를 담은 6집 앨범을 세상에 내놨다. 지난 10일 발매된 이번 앨범에는 30대 초반에 요절한 슈베르트가 그의 생의 마지막 해에 작곡한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 중 두 곡, 슈베르트 소나타 20번 A장조 D.959과 21번 B flat 장조 D.960가 수록됐다.
7살의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한 임동혁은 10살 때 러시아로 이주해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그러던 그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2위에 입상하면서 부터였다. 당시 형인 임동민은 1위에 올랐다. 이후 2000년 부조니 콩쿠르와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이듬해 프랑스 롱-티보 콩 쿠르에서 1위 수상과 더불어 솔로 리사이틀 상, 오케스트라 상, 프랑스 작곡가 해석 상, 파리음악 원 학생 상, 마담 가비파스키에 상 등 5개 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5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임동혁은 "나름대로 정신없이 달려왔다"며 지난 날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임동혁은 "10대부터 20대까지는 시간이 느리게 흘렀고 많은 것들을 했었는데 20대에서 30대까지는 더 빨리 지나갔다"며 "이제 40대를 바라보게 됐는데 시간이 지나는 속도가 또 다르다. 쏜살같다"며 지난 날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10대와 20대때는 콩쿨이라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다했다면 이제는 더 나은 뮤지션이 되겠다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꿈을 위해 예전과 다른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사람의 신체는 모두 퇴화하기에 이를 늘 염두하고 의식하며 관리해야 하는 게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전 다시 콩쿨에 나갈 나이를 지났고 기술적으로도 무언가 더 늘어날 때가 아니니 이제 음악적으로 더 섬세하고 깊어짐으로 울림을 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기 위해 공부와 연구를 더욱 해 나갈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동혁은 "요새 이런 생각들이 더 많아져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며 "이 나이에 레퍼토리를 늘리는 게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제 자신을 채찍질하고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나가고자 한다. 이를 통해 더 나은 뮤지션이 되는 것이 저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임동혁은 "사실 슈베르트의 음악에 대해서는 애정보다는 애증이 더 큰 것 같다"며 "저의 성향은 어찌보면 로맨틱하고 낭만적인데 그렇기에 고전적인 것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런데 슈베르트는 고전과 낭만의 딱 중간점에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임동혁은 이날 그가 오랜 올랐던 무대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임동혁은 "왜 이렇게 무대가 두려운지 모르겠다. 또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여전히 제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며 "저는 무대 공포증이 심하고 예민한 사람이지만 '꾸역 꾸역' 두려움을 극복하며 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동혁은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방법은 연습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연습을 많이 한다고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제가 무대 위에서 안하고 싶은 행동들이 일어날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대에서 떨지 않고 오히려 실력 이상으로 발휘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꽤 있다고 하던데 너무 부럽다"며 "만약 악마가 내게 지금의 '실력 이상의 능력을 주겠다'가 아니라 '갖고 있는 실력까지만 매번 발휘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다면 영혼을 팔 것 같다"고 했다.
임동혁은 "어쩔 수 없이 평생 가져가야할 숙명인데 연주 때마다 수명이 50일은 줄어드는 것 같다"며 "힘들지만 좋아하기에 오래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임동혁은 "제 나름 정성을 들여 앨범을 만들었다"며 "30대 후반 임동혁의 소나타는 들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과 공연에 대한 피드백이 많았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듣고 질타나 의견을 주시면 좋겠다. 그것이 제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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