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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중 석유수출대금 달러 아닌 위안 결제 검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6 03:53

수정 2022.03.16 03:53

[파이낸셜뉴스]
왕이(왼쪽 3번째)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3월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왼쪽 4번쩨) 왕세자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왕이(왼쪽 3번째)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3월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왼쪽 4번쩨) 왕세자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에 석유를 수출할 때 미국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수출 대금을 받는 방안을 놓고 중국 측과 활발히 논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우디가 위안 결제를 허용하면 국제 석유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절대적 지위가 약화하게 될 전망이다.

사우디, 미 안보 지원 불만에 중 접근
소식통들에 따르면 위안 결제 논의는 지난 6년간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지만 올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사우디가 수십년에 걸친 미국과 사우디간 방위조약에 대한 믿음을 점차 잃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사우디는 예멘 내전에 개입해 후티족 반군으로부터 계속 공격받고 있지만 미국은 별다른 지원이 없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 핵협정을 타결지으려 하는 것도 사우디에는 탐탁치 않다.

무엇보다 지난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지켜보면서 사우디의 불안은 극도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미군의 갑작스러운 철군에 충격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들어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

바이든은 2020년 대통령 선거 기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들어 사우디를 '부랑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때문에 정보기관에 지시를 내려 카슈끄지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바이든과 부왕인 살만 국왕간 전화통화 자리에 동석하기를 거부한 바 있다.

셰일혁명을 거치면서 미국의 사우디 석유 수입이 급감하는 것도 미국의 지위를 흔드는 배경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1990년대 하루 200만배럴에 이르렀던 미국의 사우디 석유 수입 규모는 지난해 12월 하루 50만배럴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안정적 소비자 중국
사우디의 불안을 파고든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특히 사우디의 최대 고객이다. 사우디가 수출하는 석유의 25% 이상을 사는 큰 손이다. 중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는 중 최대 석유 수입국으로 하루 176만배럴을 공급했다. 러시아가 하루 160만배럴로 2위를 기록했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역학이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사우디간 관계가 급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으로 사우디에 많은 매력적인 인센티브들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그야말로 상상 가능한 모든 것들을 사우디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수출 석유 가격을 위안으로 고시하면 중국 위안의 국제 위상은 한 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나아가 위안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선물 계약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른바 페트로위안이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가 위안으로 유가를 고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하루 약 620만배럴을 수출하면서 달러로만 고시했던 사우디의 정책이 송두리째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전세계 석유거래 80%가 달러
미국 달러는 국제 석유시장을 지배한다. 현재 전세계 석유 거래의 약 80%가 달러결제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는 1974년 리처드 닉슨 미 행정부로부터 안보약속을 받고 이후 달러로만 결제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부터 석유 수입 대금 위안 결제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위안을 전세계 기축 통화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겠다는 야심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이란 석유수입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았고,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을 들어 또 다시 제재 위험에 놓여 있다. 대안이 바로 석유 수입 대금 위안 결제다.

사우디에 공들이는 중국
미국에 사우디는 이전만큼 중요한 나라가 아니다. 셰일혁명 이후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해져 앞 뒤 가리지 않고 사우디를 도울 정도로 절박하지 않다. 이때문에 사우디에 대한 관심도 소홀해졌다.

중국은 이 틈을 파고 들었다.

수년 동안 사우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의 안보 갈증을 채워주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사우디가 자체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핵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의 미래 신도시인 네옴을 비롯해 살만이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 계획에도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시진핑 국가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할 수 있었다.

위안결제 정말 실현 가능할까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위안 결제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위안으로 결제할 경우 매우 높은 변동성에 직면할 것이어서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우디 통화 리얄이 미 달러에 고정(페그)돼 있어 사우디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 측근들도 그동안 페트로위안 계획을 조급히 추진하면 사우디 경제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만류하고 있다.

그러나 최대 고객이자, 자국 안보의 든든한 뒷배로 등장한 중국이 위안 결제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사우디가 언제까지 이를 외면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 결제는 시간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네옴 이사인 알리 시하비는 사우디가 중국의 페트로위안 도입 요구를 계속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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