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 스튜디오방송 탈피… MZ세대 취향 정조준
시청자 대신 매장체험'털업' 평균 시청수 2배 웃돌아
아마존 IVS 도입해 방송 지연 방지… 거래액 7배 급증
시청자 대신 매장체험'털업' 평균 시청수 2배 웃돌아
아마존 IVS 도입해 방송 지연 방지… 거래액 7배 급증
"어머. 방금 사료 패키지 여는 순간, 냥이가 돌진해와서 사료를 먹고 있어요. 우리 설명 좀 하게 잠깐 비켜줄래?"(펫취존중)
11번가의 라이브방송 '라이브(LIVE)11'이 천편일률적인 스튜디오 방송보다, 장소와 콘셉트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예능 형식의 라이브방송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부산, 제주, 강릉 등 지방을 직접 돌아다니며 숨은 맛집과 명소를 소개하고, 서울 강남 한복판의 불 꺼진 롯데리아 매장에서 신제품을 소개하고, 고양이 두 마리가 대본 없이 1시간 동안 등장하기도 한다.
■MZ세대 취향대로 골라보는 재미
뻔한 판매 방송이 아닌,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운 11번가의 라이브11은 30여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라이브커머스팀의 기획으로 진행된다. 하루 4~6번 온에어되는 방송에는 매주, 매달 고정으로 운영하는 예능형 코너들이 있는데 △털업 △찐텐 리뷰 △생(生)쑈 △육아브레이크 △일일포차 △펫취존중 △11책방 △후레쉬맨 △옷방라이브 △뷰티클 등 총 10개에 이른다. 먹거리, e쿠폰, 육아용품, 반려동물용품, 도서, 패션 등 각 카테고리의 특성을 극대화해 시청자들의 '언택트 쇼핑'을 돕는 콘텐츠다.
최수정 11번가 라이브커머스팀 마케터는 "1시간 내내 상품 광고만 하는 방송이 아니라 스토리와 콘셉트를 입힌 예능 방송을 늘리고 있다"며 "최근 코너마다 고정 팬들이 생기고 있는 데다 시청 수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 방송마다 판매상품에 맞는 쇼호스트의 콘셉트와 역할을 사전에 정하면 라이브 중 재미있는 애드리브 상황극이 펼쳐지는데 이런 개그 요소들을 시청자들이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코너가 '털업'이다. 시청자 대신 오프라인 매장을 습격해 신상품을 대신 맛보며 리뷰를 하거나 마감한 매장에서 무제한 쇼핑을 하는 등의 새로운 예능형 방송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진 지난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리만족시켜주는 인기 코너로 자리잡았다.
그간 백화점부터 배스킨라빈스, 애슐리, 빕스, 파스쿠찌, 롯데리아 등 식음(F&B) 매장 등 다양한 곳을 '털며' 30개 가까이 방송을 이어왔다. 라이브11 역대 최고 시청 수 163만명도 애슐리를 방문했던 '털업' 방송이었다.
'생쑈' 역시 전국 각지의 다양한 먹거리를 소개하는 콘셉트에 맞게 부산 유명 갈비탕집에 직접 방문해 먹방을 하거나 제주 감귤밭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방송 등 공간의 제약을 두지 않은 방송이 많았다. 스튜디오 방송도 단순히 상품에만 포커싱하는 것이 아닌, '시장 과일가게' 테마 연출 등 예능적 요소들을 입혔다.
11번가의 라이브방송은 2020년 2월부터 매월 뷰티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다 그 해 10월 라이브방송 전용코너 '라이브(LIVE)11'을 신설했다. 라이브커머스 전담팀을 꾸리고, 지난해 8월에는 AWS(아마존 웹서비스) 기반의 자체 플랫폼 구축으로 라이브 환경을 고도화했다.
비대면 쇼핑 트렌드와 맞물리며 지난해 라이브11은 11번가 최고의 인기 쇼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 누적 1500여회 방송에 1억9000만 시청 수를 돌파했다. 최근 진행한 삼성 '갤럭시S22' 시리즈 라이브 방송의 경우 2시간 동안 총 132억원의 거래액을 달성, 라이브11 오픈 이후 첫 100억원대 방송 거래액을 뛰어넘었다. 역대 최고 시청수는 163만을 기록하고 있다.
방송 중 평균 시청수도 매달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예능형 코너를 본격 신설한 3월을 기점으로 1년만에 약 4배 가까이 늘어나 현재 약 21만명 수준이다.
라이브11의 예능형 코너들은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진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했다. 오프라인 만남은 줄었지만 랜선 환경에서 타인과 소통하는 것에 거리낌 없고 활발히 쌍방향 소통을 이어가는 MZ세대의 트렌드에 발맞춘 것이다.
독서동호회 콘셉트의 '11책방', 뷰티 고민상담소 '뷰티클래스' 등 라이브 방송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비슷한 취향을 가진 고객끼리 모여 채팅하며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구매 꿀팁을 알아가기도 하고, 다른 이들은 무엇을 사나 엿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집에서 즐기는 심야주점, 홈술 콘셉트의 '일일포차' 방송의 경우 실제로 고객들이 집에서 야식을 시작하는 시간대인 오후 8시로 편성해 술을 한잔 곁들이며 진행한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고정 시청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해 최근에는 일일포차 등 라이브11의 오래된 팬 '안사면바부바부'(닉네임) 시청자를 직접 게스트로 출연시켜 함께 라이브를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 최초 아마존 IVS 도입..."거래액 7배 급증"
라이브11의 흥행에는 기술적 뒷받침도 한몫했다. 11번가는 지난해 8월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아마존웹서비스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인 '아마존 인터랙티브 비디오 서비스'(Amazon IVS)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동영상 스트리밍 지연시간을 최대 85%까지 줄이는 초저지연 환경을 구축했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3초 미만의 지연시간 내에서 실시간 채팅을 매끄럽게 주고받으며 이전보다 생생한 라이브 방송 쇼핑경험을 누리게 됐다. 일반적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의 지연시간은 10초 미만이다. 모바일 기기 위주의 라이브 커머스 분야에서 '3초'의 지연시간은 매우 빠른 속도에 해당한다. 또 초저지연 환경을 기반으로 시청자들에게 상황별 모션 이펙트와 시각 효과를 포함한 다채로운 라이브 방송 쇼핑 경험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달 3일 11번가와 AWS코리아가 개최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11번가 조현수 플랫폼 엔지니어는 "아마존 IVS는 울트라로레이턴시(ultra-low latency)를 지원해 송출부터 송신까지 3초 미만의 지연시간 내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존 IVS 타임드 메타데이터 API를 활용해 각 클라이언트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특정 시점에 특정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실시간 채팅 영역은 폭발적인 채팅을 부하 없이 견딜 수 있도록 서버 안정화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됐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고도화로 라이브11은 방송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최수정 라이브커머스팀 마케터는 "지난해 8월 이후 월 평균 시청수는 약 4배 늘었고, 방송시간 중 거래액은 7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지난해 11월에는 방송 중 거래액 140억원을 달성해 2021년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들어 방송 1건에 132억원이 나오며 계속해서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매달 1회씩 '아마존 라이브'...최고 시청수 120만 육박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활용한 라이브방송도 라이브11만 선보일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다. 지난해 9월부터 매달 1회씩 아마존 라이브를 차례로 이어오고 있는데 가장 최근 신학기용품을 주제로 한 방송은 시청수가 무려 119만에 달했다. 총 8회에 걸친 방송 동안의 누적 시청수는 총 525만으로 방송당 평균 시청수가 66만에 이른다. 블랙프라이데이, 신학기, 캠핑 등 시즌이슈를 앞세운 아마존 인기상품을 라이브11 특가로 소개,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해외직구 인기 브랜드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호응이 높다.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6조2000억원, 내년에는 10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 달에 약 100여개 방송을 운영하는 라이브11은 특정 요일, 특정 시간에 고정으로 운영하는 예능형 코너를 지속 확대하면서 다양한 카테고리 내 충성고객을 확보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11번가 남은희 커머스혁신 담당은 "라이브11은 짧은 대기시간 등을 앞세워 마치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매끄럽고 몰입감 높은 라이브 커머스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며 "소통형 방송과 몰입형 쇼핑경험에 대한 고객 수요에 빠르게 대응해 가며 국내 이커머스 라이브 방송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라이브11은 라이브 커머스 시장 우위 선점을 위해 기술과 콘텐츠 영역에서의 꾸준한 개선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또한 준비하고 있다. 연내 1인 판매자도 직접 라이브 방송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오픈형 라이브 커머스 기능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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