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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윤석열 인수위, 몸을 더 낮춰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6 18:30

수정 2022.03.16 18:58

여론은 권력을 예의주시
오만하게 굴면 큰코다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을 접견하고 있다. 유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축하난을 전달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을 접견하고 있다. 유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축하난을 전달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16일 오찬 회동이 전격 취소됐다. 당일 오전에 보류됐다는 점에서 신구 권력 간 묘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원래 권력은 공유가 안 된다. 5년 정권교체 때마다 벌어지는 갈등이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사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엔 앙금이 꽤 쌓였다.
윤 당선인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사람도 문 대통령이지만, 총장에서 밀어낸 사람도 결국은 문 대통령이다. 지난 2월엔 당시 윤 후보의 적폐청산 발언을 놓고 문 대통령이 발끈했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가 재반격을 자제하면서 적폐 논란은 물밑으로 가라앉았으나 앙금이 풀린 건 아니다.

윤 당선인은 14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과거 민정수석실은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곧바로 "현 정부에서 하지 않은 일을 들어 민정수석실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반발 멘트가 나왔다.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15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은 (김오수 검찰총장)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금까지와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16일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임기 말 공기업 '알박기' 인사를 놓고도 양측은 티격태격했다.

여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라는 대형 이슈까지 등장했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 회동에서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할 것임을 공공연히 밝혔다. 사면권을 가진 문 대통령으로선 이 같은 은근한 압박이 달가울 리 없다.

우리는 윤 당선인 측에 자제를 촉구한다. 윤 당선인이 떠오르는 권력이라면 문 대통령은 지는 권력이다. 어차피 두 달 뒤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다. 이럴 때 여론은 늘 약자를 두둔하고, 권력의 오만을 경계한다. 2년 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으나 대선에서 패한 더불어민주당이 반면교사다. 좀더 거슬러오르면 6년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도 오만한 집권당을 응징한 것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수위 3대 운영방침 중 첫째로 겸손을 꼽았다. 그러나 현재 인수위와 당선인 측근들이 보이는 언행은 겸손과는 거리가 멀다. 검찰청법은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못 박았다(12조). 검찰의 정치 시녀화를 막는 최소한의 장치다.
제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려고 검찰 수장을 중간에 쫓아내려 한다면, 문 정부가 윤 당선인한테 한 짓과 뭐가 다른가. 6·1 지방선거까지 채 석 달도 남지 않았다. 벌써부터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으로 비쳐선 곤란하다.
무엇보다 중구난방 '입'부터 통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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