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제 제재로 외화가 묶여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한 러시아 정부가 해외 채권자들에게 약속대로 국채 이자를 갚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채권자들이 동결된 러시아 계좌에서 돈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매체 러시아투데이(RT)와 인터뷰에서 만기가 임박한 국채 이자를 갚았다고 말했다.
앞서 미 투자은행 JP모간은 지난 2일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정부가 이달 안에 7억달러(약 8575억원)의 외화 표시 국채를 상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경제지 포천은 러시아가 오는 16일에 2건의 달러 표시 국채와 관련해 1억1700만달러의 이자를 내야하며 계약상 루블로는 지급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실루아노프는 16일 발표에서 러시아 정부가 채권자에 대한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면서 단서 조항을 달았다. 그는 “외화로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우리 의무가 실행될지 여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제재를 시행한 미국이 이자 지급을 불허하면 채권자들이 이자를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대규모 경제 제재를 도입했다. 실루아노프는 13일 인터뷰에서 서방의 제재 때문에 6430억달러의 러시아 외환보유액 가운데 해외에 있던 약 절반이 동결됐다고 밝혔다. 그는 서방이 제재를 풀기 전까지 외화로 갚아야 하는 부채를 루블로 갚겠다며 이는 “완벽하게 공평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실루아노프의 발언 직후 러시아가 외화 이자를 루블로 갚겠다고 억지를 부릴 경우 디폴트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러시아는 지난 1998년 루블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으며 외화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다면 1917년 공산 혁명 이후 최초가 된다.
실루아노프는 이자를 루블로 지불 했는지, 아니면 동결된 해외 외화 계좌에서 지급 지시를 내렸는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는 16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돈이 있고 지급 결정을 내렸으며 이제 미국의 선택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디폴트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30일의 유예기간이 붙으며 러시아가 4월 15일까지 갚지 못하면 최종 디폴트 상태에 처한다. 이와 관련해 JP모간은 러시아가 올해 말까지 400억달러의 외화빚을 갚아야 하며 4월 초에도 20억달러의 채무 만기가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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