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파일을 두고 피고인 측이 "맥락을 알 수 없어 전부 법정에서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막연하게 전부 다 들어봐야 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의 15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 절차 진행과 관련한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의견을 물었다.
재판부는 "재판부 생각에는 녹취파일 전부가 사건과 관련된 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 다 듣는 것은 불필요한 것 같다"며 "검찰도 공소사실 입증과 관련해 녹취파일 일부에 대해서는 증거신청을 철회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고 했다.
이에 김씨 측은 "이 사건 녹취파일은 정영학에 의해 선별된 것으로 녹취 전후 어떤 맥락인지를 알 수 없다"며 "전체 파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는 것이 공방과 논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 측은 "대화 당사자인 피고인이 그때 그 상황 자체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화 내용을 대화 당사자들인 피고인이 확인할 방법이 없는 만큼 녹취파일을 다 듣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전체 파일을 모두 듣는데 걸리는 시간이 140시간 정도 된다"며 "1~2회 기일로는 전체를 다 들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녹취파일은 뜬금없는 내용이 아니라 피고인들이 겪었던 사실"이라며 "이미 녹취록 등사(복사)를 해준지 두 달 가량 지났는데 지금 와서 구체적인 특정 없이 법정에서 녹취파일을 다 듣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신청한 증거에 대해 모두 법정에서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모르겠다"며 "검찰에서 혹시 녹취파일 중 증거신청을 철회하는 경우가 있으면 여기에 대해 검토한 후 그 다음에 진행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주간사로 참여한 하나은행 실무자 이모 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나은행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방식으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자금을 댔다.
검찰은 "하나은행에서 이 사건 대출이 이뤄졌는데, 이 대출과 관련해 김만배가 대가로 30억~50억원을 주겠다고 한 부분에 관해 조사를 받지 않았나"라고 물었고, 이에 이씨는 "그걸로 조사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김만배가 50억을 주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질문을 받은 적이 없는가"라고 재차 물었고, 이씨는 "금품을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고, '받기로 했느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둘 다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 등은 2014~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진행 당시 개발업체 선정 과정에서 화천대유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고, 화천대유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성남도개공에 최소 65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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