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차에 들어선 주말에도 재한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 등 세계 각국 외국인들이 러시아를 규탄하며 길거리로 나섰다.
재한 우크라이나인 150여명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 정동 분수대에서 집회를 열고 러시아의 자국 침공을 규탄하며 한국 사회에 지지를 호소했다.
입장문을 낭독한 도미트로씨(40)는 "러시아가 벌인 불명예스러운 전쟁으로 인한 대량살상이 25일째"라며 "러시아는 유럽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지만 남다른 용기와 결단력을 가진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있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애국심과 헌신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이상은 민주주의 국가와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군사원조를 받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이겨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서 4년간 유학하다 얼마 전 귀국했다는 우태규씨는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친구들의 슬픈 모습만 SNS를 통해 보고 있다"며 "한국에 온지 2주 정도 돼가지만 우크라이나 친구를 두고 도망쳐 나온 마음이 들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는 세계 평화를 뒤흔드는 끔직한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또한 전쟁의 아픔을 겪었고 그 누구보다 그 아픔을 잘 알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감싸고, 우크라이나 국기 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들은 '전쟁을 멈추시오' '더이상 희생을 막으려면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필요하다' '러시아와 오일 거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목숨과 맞바꾸는 것' '우리는 하나다' 등이 쓰인 팻말을 들었고, 푸틴을 히틀러와 비교하는 팻말도 보였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국가를 제창하면서 희생된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을 위해 묵념을 했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전쟁을 멈춰라"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민간인 살상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청역, 염천교를 지나 다시 출발지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안인 등 30여명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전쟁반대" "푸틴 살인마" "우크라이나를 구해주세요" "푸틴은 러시아가 아니다"는 구호를 외치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함께 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도 표했다.
남편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모스크바 출신 모델 아샤씨(26)는 "우크라이나도 우리의 가족인데 어떻게 전쟁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푸틴은 지금 TV 프로그램과 인터넷을 통제하며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샤씨는 "일반인들에게 슬픈 일이지만 푸틴을 막으려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다"며 "푸틴이 전쟁을 멈출 때까지 집회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러시아인 김용길씨(한국명·31)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역에 진입하는 것, 전쟁, 그리고 푸틴 자체에 반대하기 위해서 4주째 집회에 참여했다"며 "러시아에 있는 친구들도 푸틴의 전쟁에 다 반대하지만 러시아에서 바로 체포되기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푸틴이 전쟁을 중단할 때까지 계속해서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5년 한국에 왔다는 러시아인 노안나씨(한국명·38)는 "평화를 위해서,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기 위해서 집회에 나오고 있다"며 "러시아에 있는 동생도 전쟁에 반대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계속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인권사무소(OHCHR)는 18일 기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민간인 847명이 사망하고 1399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OHCHR에 따르면 대부분 사상자가 다연장 로켓포, 미사일 등 포격으로 사망했으며 실제 인명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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