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첨단바이오 기술 선점을 위한 제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0 18:51

수정 2022.03.20 18:51

[특별기고] 첨단바이오 기술 선점을 위한 제언
글로벌 패권 경쟁이 군사, 경제에서 이제는 기술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심화되는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래 유망기술 선점이 필수적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우리나라 유일의 바이오 전문 연구기관으로서 2015년부터 매년 바이오 미래 유망기술을 발굴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2022년 바이오 미래 유망기술은 레드(보건의료), 그린(바이오농업), 화이트(바이오화학)의 기술 분야와 전 분야에 공통 기반기술을 제공하는 플랫폼 바이오 각 분야에서 선정됐다.

최근 주요국에서는 바이오 연구개발(R&D) 혁신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고위험·고수익 R&D 지원을 위한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4년부터 국방고등계획연구국(DARPA) 산하에 바이오기술실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 들어 국립보건원(NIH) 내에 65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배정해 'ARPA-H'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국가 경제·안보와 국익을 위해 반드시 경쟁력을 갖춰야 할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을 선정,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육성전략을 수립했다.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서 생명연은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의 하나인 첨단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을 위해 한국형 첨단바이오 연구지원단(ARPA-B) 운영을 제안하고자 한다. 국가필수전략기술은 최종단계의 기술사업화까지 연결돼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때 비로소 기술패권의 국가경쟁력으로서 의미가 확보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바이오 R&D의 고질적 문제는 초기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는 구간에서 대부분 좌초돼 사업화되지 못하는 데 있다. 이런 바이오 R&D의 초기 고위험 연구 특성을 반영해 기존의 과제선정 및 평가 방식을 벗어나 도전적이고 혁신적 R&D 목표를 최종사업화까지 책임감 있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수행 주체로서의 한국형 ARPA-B 운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연구경험과 역량,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갖춘 프로그램 매니저의 지휘가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본다. 또한 국가 차원의 리더십과 연구기반을 갖춘 바이오 전문기관의 개방형 협력을 통한 지원을 받는다면 혁신적 아이디어가 사업화되는 확률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정부 R&D 총예산은 29조7000억원으로 그 규모가 증가한 만큼 투자의 미래 전략성도 확보돼야 한다. 도전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프로젝트 추진과 이를 지원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는 코로나19 진단기기 시장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으나, mRNA 백신과 같은 고위험·고수익 R&D 분야에서 기술패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이고 체계적 지원이 필요함을 확인한 바 있다.

첨단기술은 전략무기화되고 있다.
'어려움의 한가운데에 기회가 있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글로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새롭고 복합적인 위기가 등장하고 있는 대변혁의 시대에 첨단바이오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첩족선득(捷足先得)의 지혜가 필요하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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