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다양한 언어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그 언어만의 리듬과 운율이 있다. 한국어 역시 아름답다고 느꼈다.”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 배우뿐 아니라 작가, 영화감독으로도 활약중인 에단 호크가 22일 디즈니플러스의 ‘문나이트’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언어가 다른데 이렇게 인터뷰해줘서 감사하다"면서 "다른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며 다양한 문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가 출연한 이번 작품 역시 기존 마블 히어로물과 결을 달리한다. 출연진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콰테말라 출신의 할리우드 배우 오스카 아이삭이 마블의 새 히어로를 맡았고, 메가폰은 이집트 출신의 모하메드 디아브가 잡았다.
디아브는 '카이로, 678'(2010) '클래쉬'(2016)를 연출한 인물로, '클래쉬'를 통해 인민 혁명에 의해 무바라크 정부가 붕괴한 뒤의 혼란, 정치적 분쟁이 낳은 인간들 사이의 충돌 등을 그렸다. 디아브는 앞서 '문나이트'에 대해 "오락적이면서도 진지하고 무거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마블의 새 히어로는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하는 혼돈의 캐릭터다.
‘문나이트’는 악몽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스티븐’이 또다른 자아인 무자비한 용병 ‘마크 스펙터’의 존재를 깨닫고, 어둠이 깨운 초월적 히어로 ‘문나이트’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그린 6부작 시리즈. 에단 호크는 극중 문나이트와 대적하는 미스터리한 영적 집단의 지도자 ‘아서 해로우’ 역을 맡았다.
마블 유니버스에 첫 발을 내디딘 호크는 “오스카 아이삭은 (내가)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계기가 됐다”며 “마블 유니버스는 너무 방대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데, 상대 배우와 만나 연기하는 과정을 통해 그것들이 개인적인 경험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지난 15-20년간 마블 영화를 봐왔는데, 만약 이런 놀이터에서 연기하면 어떨까? 오스카와 이야기를 하다가 만약 한다면 지금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며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빌런을 연기할 때는 머리에서 악당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면서 “아서 해로우는 현실에 있을법한 악당”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나 세계적으로 크나큰 고통을 가한 사람을 보면 이상주의적인 신념으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신념을 절대선이라고 믿고,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폭력을 정당화한다. 더불어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주인공 히어로의 상대로 어떤 사람이 적당할까? 반은 의사면서 반은 신념이 강한 정신적 지도자 같은 인물이 적절하다고 봤다. 두 캐릭터를 혼합한 인물로 아서 해로우를 표현했다. 이 역할을 연기하는게 흥미로웠는데, 그건 세상에 이런 인물이 존재할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을 묻는 질문에도 호크만의 지적 매력이 드러났다. 그는 "‘문나이트’는 히어로물”이라며 “히어로의 여정은 빌런 덕분에 가능하기에, 주인공의 이야기에 어떻게 기여할지에 집중했다”고 답했다. “오스카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연기하고, 그 연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나는 거기에 협력하고 그 메시지가 잘 표현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오스카 아이삭은 극중 크게 두 명, 세분화하면 4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외톨이에 무시당하기 일쑤인 영국의 박물관 기프트숍 직원인 스티븐 그랜트와 스티븐과 완전 상반되는 미국 시카코 출신의 용병, 마크 스펙터가 중심 캐릭터. 여기에 스티븐과 마크가 각각 슈트를 입으면 미스터 나이트로와 문나이트가 된다.
아이삭은 “발성이나 목소리, 움직임 등을 통해 캐릭터를 차별화했다”며 “처음 몇 달 동안 의도적으로 스티븐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 역할에 흠뻑 빠졌고 이후 두 캐릭터를 오갔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아이삭은 ‘문나이트’에 대해 “거칠고 심리적인 SF스릴러이자 모험물”이라며 “화려한 장치로 개인적이면서 감정적 이야기를 할 기회였다”고 이번 작품의 매력을 꼽았다. 또 “가능성과 잠재력,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에단 호크는 “진정한 히어로란 트라우마 속에서 생존한 방법을 깨닫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주인공처럼 우리 모두가 상처를 갖고 있다. 스티븐은 스스로 치유하고 사회와 교감하며 온전한 인간이 된다. 그러면서 강력한 히어로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며 "그렇기에 '문나이트'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