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은말년에 펴낸 자서전에서 고향 오덴세를 두고 이렇게 썼다. 그는 작가로 이름을 각인시키기 전인 스물일곱 때 첫 자서전을 냈다. 그 뒤 주기적으로 증보판을 내며 자신의 인생을 구구절절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가난한 구두수선공과 빨래하는 여인의 아들인 내게 러시아 황제의 손자가 입을 맞추고 있다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훗날 성공한 뒤 보태진 글일 것이다. 열네 살 가난한 시골 소년이 연기자의 꿈을 안고 수도 코펜하겐으로 가 온갖 설움 끝에 세계적 작가에 이른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가끔은 어린애 같은 자기자랑에 빠졌다고 한다.
안데르센 생애의 대부분은 전형적 아웃사이더였다. 번번이 청혼을 거절당해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내가 살아온 인생사가 바로 내 작품의 최상의 주석이 될 것이다"고 했던 말이 그의 삶을 설명해준다. 그는 독일 작가 그림 형제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 이들과 달랐던 것은 민담류에 머무르지 않고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콘텐츠로 창작동화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사실이다.
안데르센을 기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1956년 제정한 상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이다. 여러 아동문학상 중 가장 권위가 있다. 앤서니 브라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등 세계적 작가들이 수상한 이 상을 국내 작가 이수지가 받게 됐다. 국내 첫 수상이다. 한국 창작그림책은 1990년대 중·후반에야 본격적으로 출간됐다. 세계 그림책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다. 그런데도 2000년대 이후 매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K문학도 세계 시장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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