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가 이례적으로 취임 이전으로 성사된 것은 윤 당선인의 친미 성향과 향후 한중관계를 중국이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그간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던 한국이 미국으로 기울 경우 중국은 정치·경제·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취지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4일 오전 삼청동 인수위원회 브리핑에서 “이번 주 내로 (통화가)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상대 국가 지도자가 대통령이나 총리로 정식 취임한 이후에 통화 일정을 잡는 게 관행이었는데 그 관행이 이번에 깨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 설명처럼 중국은 다른 나라 정상 당선인에게 선거 결과가 확정된 시점에는 축전을 보내고, 전화 통화는 취임식 이후로 잡아왔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변수로 당선이 아니라, 대통령 신분이어서 당선 확정 이튿날 통화를 했다. 따라서 윤 당선인에게 보이는 중국의 이 같은 적극성은 흔하지 않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태도는 미중 경쟁이 격화된 지난해부터 중국 내부적으로 형성된 한국 중시 정책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이나 발언에 드러나 있듯이 새 정부 출범 후 실제 친미적 기조만을 유지할 경우 중국 입장에선 전략적 손실이 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의존도는 높지만 한국도 중국의 무역 교역국에서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이달 11일 시 주석의 축전을 전달하기 위해 윤 당선인과 만나 한중 경제 관계를 강조하면서 “내후년은 2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도 중국에겐 중요하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근접한 한국이 완전히 미국으로 돌아서면 중국에겐 전략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이후 수년에 걸친 중국의 보복이 이를 방증한다는 진단이 있다.
미국이 한국의 경제력과 문화파급력을 동맹 결집에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 역시 있다. 동남아시아 등 한국과 거래가 활발하고 한류 열풍이 강한 국가들에게 미국 대신 한국이 나서면 반중국 포위망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일부 외교 소식통은 내다봤다.
반면 올해가 한중수교 30주년이고 외교 관례상 중국 정상이 방한할 차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겐 한중관계 강화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윤 당선인에게 보낸 축전에서도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고 중요한 협력 동반자”라며 “올해는 중한 양국관계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올해 북한이 10여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모라토리움 파기 등 군사 긴장을 높여가는 상황”이라며 “아시아태평양,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과의 긴밀한 공조, 새롭게 윤석열 정부가 이뤄나갈 한중 관계에 따라서 통화 필요성도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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