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일부 극우 정치인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이같은 주장의 근원에 자리잡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론을 재빠르게 읽고 방향을 틀었지만 우직한 일부 공화 극우의원들은 여전히 여론과 엇갈린 길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도발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초선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하원 의원이다.
그는 지난주 보수 라디오 프로그램인 '미국 농촌의 목소리'에 출연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극찬했다.
그린은 "봤나. 우크라이나는 계속해서 곰을 건드리고, 또 건드렸다"면서 "이 곰은 러시아이고, 결국 러시아가 침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가 여기서 이길 방법은 없다. 러시아가 침공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 민주당과 시민들은 물론이고 공화당 역시 한 목소리로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있는 것과 다른 태도다.
그린의 상식을 벗어나는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하원 의원에 당선된 초기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고 당내 영향력이 상당했다. 그러나 지난해 공화당 지도부에서 축출됐다. 음모론으로 도배된 큐어난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9·11테러 음모론을 부추긴데 따른 책임을 물어 지도부에서 쫓겨났다.
그린만 그런 것이 아니다.
■ "젤렌스키는 깡패"
매디슨 코손(공화·노스캐롤라이나) 하원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린과 함께 공화당내 대표적인 극우 의원 가운데 한 명인 코손은 미국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와중에 푸틴을 극찬해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린과 코손은 의회가 푸틴과 그 측근들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가장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와 미국간 정상 교역 관계 철폐 결의안에서도 이들은 이에 반대한 공화당 의원 8명 안에 포함됐다. 공화당 의원 210명 가운데 단 8명이 반대했다.
이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혐오한다.
코손은 이달초 젤렌스키 대통령을 '깡패'라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극도로 부패했다는 점을 기억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악하고, 이념 갈등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 동영상 발언은 러시아 국영 TV가 정보전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방송한다.
■ 공화당 동료 의원들 질타
코손의 발언은 공화당 동료의원들로부터 곧바로 심각한 비판을 받았다.
톰 틸리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당신의 발언이 러시아 국영 프로파간다 창구에서 계속해서 재 방영된다면..."이라며 혀를 찼다.
조니 언스트(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은 상원 회의장에서 대놓고 코손을 공격했다.
언스트 의원은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유롭기를 원한다. 그들은 이를 위해 지난 30년간 싸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나라를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살인광 폭력배에게 넘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언스트는 "하원 동료 의원(코손)에게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나는 당신의 발언에 찬성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하고자 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침공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다"라고 못박았다.
앞서 2주 전에는 공화당 상원 대표인 미치 매코널(공화·켄터키) 의원이 그린과 코손은 그저 "변방으로 밀려난 외로운 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 미 절대다수는 우크라이나 지지
매코널 대표는 "공화당 절대 다수는 의회와 미 전역에서 우크라이나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확실하게 밝힐 수 있다"고 선언했다.
여론 조사 결과도 매코널 발언이 근거가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 공동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원이나 공화당원 모두 각각 83%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푸틴을 싫어한다는 답은 민주당원 87%, 공화당원 83%로 큰 차이가 없었다.
■ 문제의 근원 트럼프
문제는 트럼프다.
비록 이들이 소수라고는 하지만 그린, 코손의 강경발언 뒤에는 공화당을 쥐락펴락 하는 트럼프가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선임 고문을 지낸 올리비아 트로이는 "트럼프가 이런 주장의 선도자다"라고 비판했다.
선임 고문에서 물러난 뒤 트럼프 행정부 비판에 앞장서 온 트로이는 "(그린과 코손은) 공화당의 확실한 트럼프 계보"라면서 "그들은 가장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들이자 최대 동맹이며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 "여론 읽기 천재 트럼프"
트럼프는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푸틴을 '천재적인' '스마트한' '매우 요령있는' 인물이라며 존경을 표해왔다.
그러나 여론이 좋지 않자 트럼프는 재빨리 방향을 틀었다.
2024년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그는 만약 자신이 2020년 대선에서 이겼다면 조 바이든 행정부보다 더 강하게 러시아를 압박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여론조사 담당 베테랑인 프랭크 룬츠는 "트럼프는 여론을 재빨리 읽는 영악한 인물"이라면서 "그는 대중, 심지어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조차 그와 척을 졌다는 것을 아주 빨리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룬츠는 이때문에 트럼프가 그토록 재빠르게 노선을 갈아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어떤 단서도 없기 때문에 그를 중심으로 한 공화당에서는 끊임없이 그린, 코손같은 이들의 극우적인 주장들이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올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