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행·졸업식 사라진 세상…"동네 사진관 조용히 문을 닫았다"

뉴스1

입력 2022.03.27 09:01

수정 2022.03.27 09:01

사진관©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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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씨 사진관 한 켠에 아날로그 필름이 매달려 있다. 최근 복고열풍이 불면서 필름카메라를 촬영하고 인화하는 손님이 많아졌지만 최근 필름 값이 2배 가까이 오르면서 이마저도 줄고 있다.22.03.25/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김창현씨 사진관 한 켠에 아날로그 필름이 매달려 있다. 최근 복고열풍이 불면서 필름카메라를 촬영하고 인화하는 손님이 많아졌지만 최근 필름 값이 2배 가까이 오르면서 이마저도 줄고 있다.22.03.25/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김창현씨가 운영하는 사진관 모습. 22.03.25/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김창현씨가 운영하는 사진관 모습. 22.03.25/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이제 사진업은 완전히 파산이라고 봐야죠"

25일 오전 서울 중랑구의 한 사진관에서 김창현(60)씨가 왁자지껄한 TV 음량을 줄이며 한 말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던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김씨 홀로 지키던 60㎡(약 18평) 남짓한 사진관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김씨는 지난 30여년간 사진관을 운영한 베테랑 사진사다. 한때 아내와 직원 3명이 함께 일할 정도로 바빴던 사진관은 이제 하루 10명 내외의 손님만 오갈 정도로 조용한 공간이 됐다.


벽에 걸린 사진은 빛이 바랬고 사진관 한쪽에서 언제 마지막으로 빛났을지 모를 조명과 카메라는 앞에 놓인 빈 의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씨는 "그동안 여권 사진으로 매출을 겨우 지탱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촬영이 90%나 줄어들었다"며 "사진관을 운영하기는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몰고 온 쓰나미에 휘청이던 동네 사진관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여행업이 고사하자 그나마 남아있던 여권 사진 손님 마저 뚝 끊겼고 졸업식과 결혼식 사진도 자취를 감췄다.

취업 문이 좁아지다 보니 입사용 증명사진을 촬영하는 손님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곳곳의 충격파가 동네 사진관에도 고스란히 전해진 셈이다.

김씨는 "남아있는 사진사는 대부분 30~40년씩 일을 하신 분들이다 보니 이 나이에 갑자기 할 수 있는 다른 일도 없다"며 "그저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며 하루하루 버틸 뿐"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에서 30년 동안 사진관을 운영한 60대 이모씨는 지난 2년간 여행사들의 파산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사진관이 자리한 종로구는 미국·일본·중국 대사관과 인접해 여행사뿐만 아니라 비자 사진을 촬영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이씨는 "코로나19 전에는 근처에 여행사만 40~50개가 있었다"며 "지금은 10개는 될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남아있는 곳들도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하는 분들"이라며 "폐업한 사람들은 대리나 마을버스 운전을 하거나 공사장에서 일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늘길이 막히자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80%가량 줄어들었다. 이씨는 "과거엔 중국에 가기 위해 비자 사진을 촬영하는 손님이 가장 많았다"며 "지금은 비자 발급도 되지 않아 여행을 재개하기까지는 까마득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앨범 제작업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성동구의 한 앨범 제작 업체 관계자는 "결혼식과 졸업식 같은 행사가 없다 보니 제작 문의도 없다"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서 제작 의뢰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생업이 위태롭지만 사진업은 정부가 지정한 영업제한 업종에 해당하지 않아 손실보상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 사진업 종사자 수도 전국 약 2만여명에 그쳐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사진관 수는 9862개다. 최근 셀프 사진관이나 프로필 촬영 스튜디오가 2030세대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이 관건이다 보니 중·장년층 사진사의 업종 전환도 쉽지 않다.


한상훈 한국 프로사진협회 기획 위원장은 "사진업은 식당이나 카페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매출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필수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폐업하지 않고 그나마 남아있는 사진관도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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