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반독점 벌금 4조4000억원...전년대비 51.4배, 빅테크 경영악화·부동산기업 줄줄이 파산·교육 80%이상 폐업·외식기업 하향곡선·짐싸는 외국기업
- 시진핑 3연임 대관식 위해 기업 길들이기 혹은 내부단속...뒤늦은 완화 나섰지만 충격 상쇄하기엔 아직 역부족
- 시진핑 3연임 대관식 위해 기업 길들이기 혹은 내부단속...뒤늦은 완화 나섰지만 충격 상쇄하기엔 아직 역부족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정부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대관식 성공을 목표로 추진한 내부 길들이기 혹은 결집용 정책이 오히려 기업들의 숨통만 조이고 있다.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뒤늦게 규제 수준을 낮췄지만 아직 효과가 시장에 전달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경기냉각 가속도 우려도 여전하다.
■반독점 벌금 51.4배, 표적 사정
27일 차이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규제당국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2021년 플랫폼 경제분야에서 반독점 위반을 적용해 처벌한 사례는 67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109건과 비교하면 42건 줄었다. 그러나 벌금(과징금)은 2021년 231억3600만 위안(약 4조4000억원)으로, 1년 전 4억5000만 위안(약 862억9000만원)보다 51.4배가량 늘었다.
이는 통상적·전반적 법률 적용이 아니라 특정 기업·분야에 대한 사정 작업이 강화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기업의 벌금액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시장감독총국을 앞세워 초강도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규제에 나선 이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128억2800만 위안(3조5000억원)의 벌금을 냈다. 알리바바는 창업자 마윈이 2년 전 자국 금융당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시점부터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의 상장이 취소되는 등 표적이 됐다. 다른 빅테크기업인 음식 배달 등 종합 생활 서비스 플랫폼 ‘메이퇀’도 34억4200만 위안(6600억원)의 반독점 벌금을 물었다. 전년도 매출의 3%에 해당한다.
규제는 경영실적도 추락시켰다. 알리바바의 작년 4·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0%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4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이후 최저의 실적이다. 순이익도 74% 감소한 204억3000만 위안에 머물렀다. 어닝쇼크 수준으로 평가됐다.
메이퇀의 경우 같은 시기 53억 위안(1조1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과 견줘 137.9% 확대됐다. ‘중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불리는 메이퇀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말 기준 67.3%로 압도적 1위 기업이다.
소셜미디어·비디오게임 거인인 텐센트의 4·4분기 매출 증가세는 2004년 상장 이래 최저인 8%에 불과했고 아시아기업 최초로 1조 달러(1200조원)를 넘은 시가총액도 반 토막이 났다. 외신은 중국 당국의 빅테크 압박 기조가 강해진 것을 이들 기업의 실적 저조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부동산·교육·제로코로나 '후폭풍'
규제는 부동산 시장에도 태풍을 몰고 왔다. 2위 부동산개발업체로 알려진 헝다(에버그란데)는 이미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개발업체의 대출을 차단하면서 유동성 공급이 막힌 것이 헝다 몰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6월말 기준 헝다의 총부채는 1조9665억 위안(376조원)에 이른다. 양광100(션샤인 100), 자자오예(카이샤) 등 다른 업체들의 도산도 이어졌다. 사교육 업체 목줄도 죄면서 오프라인 업체는 83.8% 줄었고 온라인 업체는 84.1% 폐업했다.
이 같은 전례 없는 초고강도 규제는 시장 정상화 보다는 기업 길들이기 성격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일·절대 권력자의 집권 3기 출범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기업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중국 정부는 압박이 고조될 즈음에 기업들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했고 기업들은 거액의 ‘공동부유’(다함께 잘살자) 지원금을 쏟아내며 순응했다.
기업의 또 다른 역경은 제로코로나 정책이다. 중국은 확진자 1명만 나와도 지역을 봉쇄하는 초강력 봉쇄정책을 꺼낸다. 물류가 막히고 근로자 출퇴근이 차단되자, 공장은 가동을 멈췄으며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다. 중국의 대표적 외식기업인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가 연말까지 매장 300개를 폐쇄키로 했고 외국기업들은 짐을 싸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코로나19 발생을 외부 탓으로 돌린 후 국경 통제를 강화해 중국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영은 평소 10% 수준으로 급락했다. 중국의 3대 국유항공사인 동방항공·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남방항공의 작년 순손실은 368억 위안~433억 위안으로 전망되고, 민항사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난 2년 2개월 동안 238억 위안(약 39조원)의 누적 손실을 봤다. 중국의 10대 기술기업 거부들이 당국의 잇따른 규제와 주가하락으로 작년에만 800억 달러(94조7200억원)의 자산 손실을 기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당분간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은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리커창 총리는 올해 경기냉각 속에서도 제로코로나 해소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각종 규제 법제는 완비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 완화 발표에도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중국재정과학연구원은 최근 ‘2021년 기업비용연구보고서’를 통해 “경기냉각에 대한 정부 대응은 조세부담, 인건비 등 주로 물리적 요소에 초점에 맞춰져 있어 공급망 관점에선 (효과가)미지수”라며 “기업 비용 절감은 리스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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