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곳간 마른 지자체 단비 ‘고향사랑기부제’… 재정 쏠림 우려 [fn 패트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7 18:17

수정 2022.03.27 18:17

내달 시행령 입법예고 내년 시행
기부금 세액공제 등 기부자 혜택
지방재정 확충 특산물 홍보 기회로
지역 양극화·경쟁 과열 등 우려에
기부금 격차 해소 장치 마련돼야
곳간 마른 지자체 단비 ‘고향사랑기부제’… 재정 쏠림 우려 [fn 패트롤]
내년 1월부터 국민들이 고향 또는 타지에 현금을 기부하고 세액 공제를 받는 고향사랑기부제도가 시행된다. 지자체는 기부금을 주민 복지에 사용하고 기부자에게 특산품 등을 답례품(기부금의 30%이내)으로 제공한다. 지방재정 확충이라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지역간 유치경쟁 과열, 기부금 양극화 등 운영상 부작용도 우려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안착될 수 있도록 면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고향에 기부, 세금공제+답례품

27일 행정안전부는 내년 1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에 앞서 모금방법·절차, 답례품 기준 및 금지항목 등을 규정한 시행령을 내달 중에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중앙·지방 협업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고 △기부금 수납·처리 종합시스템 구축(6~12월) △고향사랑기부금 조례 표준안 제정(상반기) 등을 진행 중이다.

재원 확충에 적극적인 자치단체들은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자체적인 원스톱 기부시스템을 준비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답례품 종류가 기부금 유치를 가를 변수로 보고 답례용 특산품 차별화, 유명 관광자원을 연계한 상품권 등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김광용 행안부 지역발전정책관은 "인구소멸에 대비한 지방재정 확충 취지뿐아니라 지역특산품 부가가치 확대, 도시민과 농어촌간 관계 확장 등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활성화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현 주소지 이외 자치단체에 기부(합산 최고 500만원)하는 것이다. 전국 243개 자치단체가 기부 대상이다. 기부자는 기부금의 10만원까지 전액 세금공제(10만원 초과시 16.5% 공제)를 받는다. 예를 들어 10만원을 기부하면 전액공제에다 3만원 이내(기부금의 30% 범위) 답례품도 받는다. 100만원을 기부하면 24만8500원을 공제받고 30만원 이내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경쟁 과열, 편법 기부 등 우려

고향 기부제도는 심각한 지방소멸에 직면한 일본(고향납세제)이 10여년 먼저 도입(2008년)했다. 하지만 기부금 모금, 관리, 답례 등 시행 과정에서 허점이 많았고 인식도 부족해 제도가 유명무실했다. 7년여간의 시행착오와 수차례 제도 개선 끝에 고향납세제가 안착했고 모금액도 가파르게 늘었다. 2020년 기준 고향납세액은 6725억엔(한화 약 7조원)에 달한다.

기존 세법을 개정해 도입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준조세 논란이 없도록 지난해 10월 별개 법(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으로 제정됐다.

이같은 자발적 국민 기부와 균형발전 취지에 맞게 제도가 선순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중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을 찾아 보완·해소장치를 만드는 등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자치단체간 기부금 유치 경쟁 과열과 기부금 양극화가 우려된다. 이는 국민들이 지방의 재정여건을 생각해 기부하는 것보다 고향 또는 선호하는 답례품, 인기 관광지, 인지도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기부금 쏠림 등 자치단체간 모금 총액 격차가 심화되면 균형적 재정 확충이라는 순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부추길 빌미도 될 수 있다. 현장에서 "지방재정 여건을 봐서 기부금 총액을 제한해야 하는게 아니냐"라는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치단체장의 과도한 기부금 유치 행위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기부금 총액을 자신의 업적 중 하나로 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화·이메일·문자메시지·방문 등의 방식으로 기부를 권유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이 특정 대상(집단), 장소에서 직간접적 또는 은밀하게 기부금 유치 세일즈를 하더라도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기부금 모집액이 공개돼 자치단체별로 순위가 매겨지면 하위권 자치단체장이 기부금 유치를 압박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편법 기부 등에 대한 엄격한 관리 감독도 요구된다. △기업이 직원들을 동원한 세금 회피용 쪼개기 기부 △지자체와 업무·고용·계약, 인허가 등 이해관계자의 리베이트성 기부 등 다양한 편법·불법 기부를 적발, 제재하는 명확한 장치가 필요하다. 고향사랑기부금법상 법인(기업)은 기부할 수 없다.
타인 명의나 가명 기부, 기부 강요 및 권유 독려도 금지된다. 이형석 행안부 지역균형발전과장은 "기부금 모금 주체인 지자체의 우려,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하고 있다.
시행초기에 예상되는 문제를 사전에 해소해 효율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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