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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는 현산·하청업체·감리 등 복합적 과실 때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8 10:45

수정 2022.03.28 13:43

수사본부, 20명 입건·6명 구속...인·허가 과정 등 수사 확대
김광남 광주경찰청 수사부장이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중간 수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뉴스1
김광남 광주경찰청 수사부장이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중간 수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지난 1월 발생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의 원인은 현대산업개발, 하청업체, 감리 등 복합적 과실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는 사고 발생 76일 만인 28일 중간 수사 브리핑을 열어 직접적인 책임이 드러난 공사 관계자 15명, 건축 과정에서 불법 행위에 연루된 5명 등 총 20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붕괴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이 드러난 15명은 업무상과실치사상·건축법·주택법 위반 등 혐의다. 현장소장은 공사 현장에서의 총체적인 관리·감독 부실 책임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건축 과정에서 사업부지 매입, 계약 비위에 연루된 5명은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또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이들 중 현장소장과 건축·품질관리 책임자 등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3명, 하도급 업체 관계자 2명, 현장 감리 등 6명은 구속됐다.

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 등 전문기관 감정·확보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PIT층(설비층) 공법 변경·최상층 타설에 따른 초과 하중 △하부층 동바리 철거 등을 붕괴 원인으로 꼽았다.

최상층인 39층 바닥 시공을 구조 검토도 없이 데크플레이트(요철판)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바로 아래층인 PIT층에 콘크리트 지지대(T자형 역보)를 설치해 하중을 크게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더욱이 아래 3개 층(36·37·38층) 수직 하중 지지대(동바리)조차 설치하지 않아 사고 당시 붕괴에 취약한 구조였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미흡한 품질 관리로 하부층 콘크리트가 적정 강도에 이르지 못해 39층 바닥 등이 1차 붕괴된 뒤 38층부터 23층까지 16개 층이 연속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수사본부는 특히 이번 붕괴 사고가 시공사, 하도급업체, 감리 등의 과실이 복합 작용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은 초과하중이 발생하는 설계상 큰 변화임에도 구조 검토 없이 하도급 업체가 PIT층에 데크플레이트(요철판) 공법으로 무단 변경했다.

또 콘크리트 타설층 아래 3개 층에 지지대(동바리) 설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산업개발 소속 품질 관리자는 레미콘 업체의 콘크리트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적정 강도를 충족하지 못했다.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등은 구조 검토나 콘크리트 압축 강도 시험없이 공사 진행 중인 건물의 수직 하중을 버텨낼 동바리를 해체했고, 공사 지연 우려 등을 이유로 안전성 검토를 받지 않은 채 공법을 임의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T자형 역보를 설치해 하중을 크게 증가시켰고, 혹한의 날씨에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하면서도 보양 천막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콘크리트 양생 품질 관리를 소홀히 했다.

감리 역시 공사 주요 단계마다 설계 도서대로 시공하는지 확인하고, 무단 변경이 확인되면 시정 또는 공사 중지 등 조치를 해야 하지만 묵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바리 설치 여부, 콘크리트 품질 시험을 직접 하지 않은 채 타설을 승인하는 등 공사 전반에 걸쳐 감리자로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수사본부는 인허가 과정의 비리 등 구조적인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도급 업체가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불법 재하도급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또 부동산 시행업체 대표가 아파트 부지 매입 후 이전 등기를 생략하고, 양도세 등을 포탈한 사실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공사 부지 철거업체 선정 대가와 함께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거나 지명 경쟁 방식의 입찰을 방해한 혐의로 차례로 관련자를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아울러 도심 한복판에 고층 건물을 짓는 일인데도 인·허가부터 공정까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이뤄졌던 점도 주목하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민원 처리, 인·허가 등 적정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본사 차원의 안전 관리 미흡 등 부실 공사 책임 유무도 들여다본다. 붕괴가 발생한 사고 현장을 둘러싼 일체의 불법 행위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며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불법에 상응하는 책임을 끝까지 물을 수 있도록 엄정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11일 오후 3시 46분께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3~38층이 무너져 현장 근로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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