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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모든 사업 재검토로 내년 재원 마련...의무지출도 손댄다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9 10:00

수정 2022.03.29 10:00

기재부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
재정지출 혁신 건전재정 방점
실집행 부진사업 최대 50% 감축
재정준칙 구두선 그칠까 우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내년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재정지출 재구조화에 나선다. 기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쳐내는 식으로 새 정부가 필요한 내년 예산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복지 예산 등 의무지출도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뒷받침 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고령화 등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복지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고, 내년에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제시한 재정건전화는 갈 길이 멀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무지출, 지출 재구조화 성역 될 수 없다"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된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사업에 필요한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4대 재정혁신을 설정했다. 최근 세입 여건을 보면 물가 상승 등 여러가지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지출 측면에서는 윤 당선인 공약에 따른 여러 정책 수요 등 적극적인 재정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른 투자 재조정을 통해 그동안의 지출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먼저 경제·사회 여건 및 사업 수요 변화를 반영해 투자 방향을 재설정, 새로운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성과가 저조한 미세먼지 절감 사업은 내실화를 통해 탄소중립을 뒷받침하는 식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방역지원 사업, 소상공인 긴급금융지원, 고용유지지원금, 학습특별바우처 등 큰 폭으로 늘어난 한시적인 지출 소요도 위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한다.

특히 경직적인 재원배분 구조 개편을 위해 복지 등 의무지출에도 매스를 들이댄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지난 25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의무지출 분야도 지출 재구조화의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자세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령개정과 재정제도 개선 등을 통해 재정운용의 탄력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직접 융자사업의 경우 민간금융을 활용하는 이차보전 사업 전환도 검토한다. 이는 민간 금융을 활용하면서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책 수혜자에 대한 지원도 줄지 않는다.

세부 사업별로 살펴보면 보건·복지 분야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 확대한 보건·의료 부문의 한시지출 사업을 정상화 하고, 건강·요양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제고한다.

일자리 사업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확대한 한시사업을 정상화하고, 절감된 재원은 신산업분야 미래인력양성, 맞춤형 고용서비스 강화, 민간의 고용창출력 제고 등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무공해차 전환 사업의 경우 전기차 가격경쟁력 상승을 고려한 적정 수준 보조금을 지원한다. 구매목표제 등 비재정적 수단도 적극 활용한다.

기존 연구개발(R&D) 지원 사업도 재편한다. 정부의 기업 R&D 직접지원이 민간 R&D 투자를 구축하는지 점검하고, 투자방식 R&D 도입 등 지원방식 다양화도 검토하기로 했다.

■재량지출 10% 절감으로 10조 마련
정부는 집행 부진과 보조·출연사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량지출의 10% 수준을 절감할 방침이다. 최 실장은 "재량지출 10% 절감이 가능한 모수를 산정해서 지출 구조조정을 하면 10조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늘어난 한시적 지출의 정상화 부분들까지 고려하면 10조원에 플러스 알파의 재정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실집행 부진사업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강화한다. 최근 실집행 실적에 따라서 10~50%까지 감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연례적 이전용 부분 예산도 살핀다. 관행적·반복적 이전용 재원으로 쓰여지는 사업 가운데 불필요한 예산이 있다고 보고, 이를 선제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공공부문에 대해서도 허리띠를 졸라맨다. 업무추진비, 여비, 특정업무경비 등을 더 절감하고 정부 위원회 중 한시·일몰조직은 원칙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다.

보조사업의 보조율 체계도 원점 재검토하고, 관행적 출연·출자사업의 존속 여부와 적정소요를 집중점검한다. 예를 들어 모태펀드 출자의 경우 자펀드 결성과 이미 결성된 자펀드의 투자 실적을 감안해 편성하는 식이다.

■4대연금 개편으로 재정건전성 확보
정부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4대연금 개편에도 나선다. 4대 연금을 중심으로 중장기 재정추계를 내실화하고,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회계·기금 간 칸막이를 해소하고, 특별회계·기금의 여유재원도 최대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여유재원을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로 전출하는 방식이다.

민간투자는 기존 신규 도로건설 등 교통인프라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산업·생활 인프라, 개량투자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사업 방식도 수익·임대형을 혼합하는 등 다각화해 민자사업의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수요자 중심의 열린 재정을 구현할 계획이다. 전통적인 참여예산, 설문조사 등을 벗어나 메타버스, 온라인 청원 게시판 등 접근성이 높고 스마트한 플랫폼을 이용할 예정이다.

■尹 공약 '재정준칙', 이번엔 지켜질까
정부는 오는 2025년 재정준칙의 원활한 도입을 위해 내년 예산 편성시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윤 당선인은 재정준칙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다만 공약으로 내세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50조원 재원 뿐만 아니라 내년 본격적인 새 정부 사업 등을 추진하다보면 추가 재정 투입이 불보듯 뻔해 재정건전성은 구두선에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내외 경제가 모두 불안해지면서 재정 관리 중요도가 높아지는 만큼 경제여건 변화에 기초한 거시경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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