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진과 나승엽이 3,4번을 치는 날은 언제 올까. 바로 다음 날이었다. 비록 전날 같이 선발 출장은 아니었지만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전광판에 3번 조세진, 4번 나승엽의 이름이 나란히 등장했다.
2-2 동점이던 9회초. 시범경기이니 승패나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다. 3번 대타 조세진. 3번 전준우(36) 대신 타석에 들어섰다. 둘은 16년 차이다. 전준우의 현재가 곧 조세진의 미래다.
아쉽게 조세진은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어서 4번 정훈(35)의 타석. 이번엔 나승엽이 대타로 나왔다. 롯데의 현재와 함께 미래가 상상됐다. 유격수 땅볼. 경기는 2-2로 끝났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스코어는 곧 잊힐 것이다. 하지만 3번 조세진, 4번 나승엽이 잇달아 나선 타순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미래엔 흔히 볼 수 있는 롯데 새 중심 타선이 처음 등장한 날이기 때문이다.
조세진은 김도영(KIA), 이재현(삼성)과 함께 가장 주목 받는 신인이다. 28일 현재 시범경기서 21타수 6안타 타율 0.286을 기록 중이다. 2루타 한 방과 3타점이 포함돼 있다. 22일 NC, 26일 LG전서 멀티히트를 때려냈다.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14일 한화전서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 나승엽은 이날 대타로 나와 무안타. 둘이 같은 경기에 출전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승엽은 조세진보다 한 발 앞서 12일 SSG전서 대타로 나섰으나 1타수 무안타.
지난해 먼저 프로무대를 경험한 나승엽에게도 첫 안타 신고는 쉽지 않았다. 히트의 손맛을 한 발 앞서 맛본 쪽은 조세진이었다. 21일 NC전서 7회 대타로 나와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다음날엔 2안타로 기세를 올렸다.
이날 나승엽도 시범경기 첫 안타를 신고했다. 조세진은 7번 좌익수로 선발 기용됐고, 나승엽은 7회부터 대타로 나왔다. 추재현(23), 한동희(23)에 이르기까지 롯데의 미래 권력들이 이날 나란히 출격했다.
롯데 타선은 어느 팀보다 화려했던 적이 있었다. 프로 원년부터 활약한 김용희-김용철의 이른바 '용용타선'은 롯데의 자랑이었다. 이 둘은 프로야구 초창기 3년 동안 83개의 홈런을 합작했다. 1984년 롯데 첫 우승의 공신들이다.
그들의 뒤를 김민호-김응국 듀오가 이어받았다. 김민호는 1988년 5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내는 등 통산 106개 아치를 그려냈다. 1996년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호랑나비' 김응국은 호타준족의 상징이었다.
2000년대엔 박정태와 이대호가 한 팀에서 뛰었다. 3,4번을 나누어 쳤다. 박정태는 2004년 팀을 떠났고, 이대호는 올시즌 은퇴투어를 갖는다. 이제 조세진과 나승엽이 그들의 뒤를 전망이다.
나승엽은 다음달 상무에 입대 신청을 낸다. 중심타선은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린다. 28일 라이온즈파크 전광판에 등장한 새로운 롯데 3,4번의 이름을 다시 볼 날이 언제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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