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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Z플립에서 'Z' 빠진 이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31 14:17

수정 2022.03.31 23:24

삼성 발트3국 법인 'Z' 표기 제품명 변경
러 진출 추진해온 KT도 "예의주시"
[파이낸셜뉴스]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트3국 내 삼성전자 법인은 온라인 스토어상 Z시리즈 제품명에서 'Z'자를 임의로 삭제했다. 러시아 군대의 상징으로 떠오른 Z 표식에 대한 해당 국가 내 거부감 등 정서를 감안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기미를 보이면서 러시아 및 그 주변국에서 사업을 유지해 온 정보통신(IT) 업계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차원의 경제적 제재 등 압박과 사업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다.

삼성전자 에스토니아 홈페이지에 표기된 '갤럭시플립3'(왼쪽)와 삼성전자 러시아 홈페이지에 표기된 '갤럭시Z플립3'. 두 제품은 같은 기종이다. 삼성전자 해당국 홈페이지
삼성전자 에스토니아 홈페이지에 표기된 '갤럭시플립3'(왼쪽)와 삼성전자 러시아 홈페이지에 표기된 '갤럭시Z플립3'. 두 제품은 같은 기종이다. 삼성전자 해당국 홈페이지
■삼성, 발트3국 'Z플립3'→'플립3'로 변경
3월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트3국 내 삼성전자 홈페이지에는 갤럭시Z폴드3·Z플립3 제품명이 갤럭시폴드3·플립3로 변경돼 있다.
Z 표식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러시아 군이 군대에 표기하면서 부정적인 상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독일은 Z를 표기한 정치적 의사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이기도 한 해당 발트3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주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현재 전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국가들로 분류된다.

제품명에도 의미가 부여되면서 해당 국가를 비롯해 러시아에서도 사업을 유지해 온 삼성전자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현재 러시아에 스마트폰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영역에 국제 정세가 영향을 끼치면서 삼성 입장에서도 곤란할 것 같다"며 "이에 더해 루블화 폭락 등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우크라이나 홈페이지에서는 Z시리즈 제품명이 바뀌지 않은 상태다.

KT는 지난 2월 러시아 시장진출을 목표로 동유럽 대표 통신사업자인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와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KT 제공.
KT는 지난 2월 러시아 시장진출을 목표로 동유럽 대표 통신사업자인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와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KT 제공.
■러와 소통해온 KT도 "예의주시"
지난 2017년부터 러시아 기관 및 기업과 협력을 이어온 KT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진출을 적극 추진해 온 KT 입장에서 현 국제정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러시아 극동개발공사와 헬스케어·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블라디보스톡 시정부와 '인공지능(AI) 스마트 주차장 관제 시스템'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러 IT 기업 얀덱스(Yandex)와 AI·로봇·자율주행 분야 사업 협력 △동유럽 통신사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 협력 등 러시아 침공 전까지 러시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대부분 기업간(B2B) 협약이라는 점, 실질적 파트너십 전 단계인 MOU라는 점 등을 이유로 실질적 타격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러시아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인 KT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KT 측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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