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원·엔 환율 여전히 900원대 그쳐... 장기화땐 韓기업 수출경쟁력 약화 [일본경제 '엔저 부메랑']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30 18:18

수정 2022.03.30 18:18

엔화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엔화의 지위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엔저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석유, 철강 등 일본과 수출경합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업에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하나은행 고시에 따르면 엔화는 이날 오후 2시께 992.41원에 거래됐다. 지난 28일 최저치 985.87원을 찍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봉합될 조짐이 보이자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1000원을 하회하는 모습이다. 100엔이 원화 1000원에도 못 미치게 된 것은 지난 2018년 12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앞서 엔화는 이달 7일 1069.16원으로 가장 높게 거래되고 이후 빠른 속도로 가치가 추락했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폭락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 당국의 금리정책이 미국의 금리정책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6일 미 연준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리기로 결정하고, 오는 5월과 6월 열릴 FOMC에서 0.5%p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지난해 11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코로나19 수습 후에도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추이는 당분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파르게 떨어지던 엔·원 환율이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인 것에 대해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변동이 있었기 때문에 잠시 주춤할 수는 있다"면서 "큰 방향성 측면에서 보면 엔화 가치가 오르는 것은 아직"이라고 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미국과 달리 일본은 인플레이션을 기다려온 나라"라며 "수출경쟁력 제고나 경기개선을 위해 엔화약세를 용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현상이 길어질 경우 일부 국내기업이 국제시장에서 불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과 수출경합을 벌이는 석유, 철강, 기계 등 산업이 그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이에 관해 공 연구위원은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 국내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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