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오스트리아가 가스 배급제를 위한 첫번째 공식 절차를 개시했다. 루블화 지급을 둘러싸고 러시아에서 가스 공급이 중단될 것에 대비한 조처다.
■ 독·오스트리아, 비상조처 1단계 들어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3월 30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가스비상법의 '조기경보단계'를 발령했다. 급격한 가스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조처다.
러시아는 앞서 28일 유럽에 "무상으로 가스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비우호국에 대한 루블화 결제 방침을 주요7개국(G7) 국가들이 만장일치로 거부한데 따른 것이었다.
독일은 이에따라 러시아가 루블 결제를 압박하기 위해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으로 우려하고, 이같은 조처를 내렸다.
조기경보단계는 비상대응 3단계 중 첫번째 단계로 경제부와 규제당국, 민간부문으로 구성된 민관합동팀이 가스 수입과 저장 규모를 모니터링하는 단계다.
공급이 부족한데다 소비 억제 노력이 성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가계에 가스를 우선 공급하기 위해 산업 부문 가스 공급을 중단하게 된다.
오스트리아도 비상계획 3단계 가운데 첫번째 단계 실행에 들어갔다. 가스 공급이 수주 안에 급감할 것이라는 '확실하고 신뢰할 만한' 예상에 따른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국내 가스 수요의 80%를 러시아 가스 수입으로 충당한다. 유럽 최대 러시아 가스 수입국 가운데 하나다.
카를 네함메르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날 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스트리아 가계와 기업의 가스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며 이같은 비상계획 1단계 실시 방침을 밝혔다.
■ 31일이 고비
러시아가 유럽 가스 공급을 중단할지 여부는 31일에 판가름 난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과 중앙은행이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가스 수출대금 루블 결제와 관련한 시스템 변경에 관해 보고하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가스 공급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31일부터 공급이 중단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독일의 가스 비축 규모는 바닥을 기고 있다.
가스인프라유럽(GIE)에 따르면 독일 가스 저장설비는 3월 24.6% 저장에 그쳐 4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데 이어 현재 약 26.5%로 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 가스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가 않다.
가장 흔한 천연가스 운반 형태인 액화천연가스(LNG) 하역시설이 독일에는 없다.
■ 독,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이 현실화하면 독일 경제는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독일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인 폴커 빌란트 프랑크푸르트대 경제학 교수는 러시아 에너지 공급 중단은 독일 경기침체 위험을 '상당히' 높이는 한편 물가를 '두 자리 수 가깝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정부 자문기구인 경제자문위는 러시아 가스 공급이 원활해도 독일 물가상승률이 올해 6.1%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물가 오름세는 7.5~9%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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