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이후 전국 강수량 13.3㎜, 평년대비 14.7%…관측 이래 가장 적어
올해 1~3월 산불 304건, 전년동기 167건 대비 1.8배 증가
동해안 산불,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림에서 발생…삼재 겹치며 피해 확대
산림당국, 진화 장비와 인력 등 인프라 확충
[울진=뉴시스] 이바름 기자 = 2만여㏊를 태우며 역대 최장(213시간) 산불로 기록된 동해안(경북·강원) 산불은 50년만의 최악의 겨울 가뭄과 헬기 등 진화자원 부족,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림까지 악조건이 겹치면서 피해가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은 31일 정부대전청사에서 '22년 경북·강원 대형산불 대응 시사점 및 개선대책' 브리핑을 가졌다.
산림당국은 우선 올해가 50년만의 최악의 겨울 가뭄으로 산불이 3월 초부터 짧은 시간에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가뭄 예·경보에서 지난 해 12월 이후 전국 강수량은 평년대비 14.7%인 13.3㎜ 수준으로,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1월부터 3월말까지 발생한 산불은 304건으로, 전년 동기(167건) 대비 1.8배 증가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최대 풍속 26㎧를 타고 번져 대형산불로 확산됐다고 산림당국은 분석했다.
이로 인해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강릉·동해·영월 등에서 산림 2만707㏊와 주택 321채(전파 315, 반파 6), 농업시설 2338동(시설 281동, 농기계 1899대, 농막 95동 등) 등 피해가 발생했다.
산림당국은 예년 4월께 발생하는 대형 산불이 올해는 2~3월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진화헬기 등이 한 곳에 집중 투입되지 못하면서 산림 피해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북 울진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진화헬기 가동률은 47.7%에 불과했다. 산불의 장기화로 전문진화인력의 피로도가 누적된 점도 피해를 키우는데 한 몫을 했다.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림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침엽수인 소나무는 잎이 크고 넓은 활엽수보다 연소시간이 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송진도 불을 잘 타게 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여러모로 산불에 약하다.
이에 더해 동해안은 험준한 산악지역으로 진화인력 투입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동해안 산불에 산림청 진화헬기를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국방부, 소방청, 경찰청 등 소속 헬기 821대와 진화인력 7만1527명이 산불 진화에 투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산림당국은 대형 산불 대응 개선책으로 헬기 등 진화 장비와 인력, 임도와 사방댐 등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산불 초동진화를 위해 경찰과 해경 헬기 3개에 밤비버킷을 지원하고, 지자체 임차헬기 비용을 지원해 중·대형급 헬기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강원 동해안에는 별도로 대형급 헬기 13대를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산림당국은 산림내 산불진화차 출입이 용이하도록 오는 2030년까지 현행 157㎞인 임도를 6357㎞까지 확대한다.
대형산불 우려지에 담수기능을 갖춘 물가두기 사방댐도 오는 2027년까지 63개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마을·도로변과 문화재 등 주요시설 주변에 산불예방 숲가꾸기를 연간 8000㏊에서 1만5000㏊로 확대 실시하고, 내화수림대(연간 350㏊)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문화재나 원전 등을 보호하기 위해 산불관제시스템에 관련 정보를 탑재해 유사시 진화전략에 활용할 방침이다.
오는 5월 15일까지 산림연접지에서 불법소각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며, 각 부처별로 산림당국은 인화물질, 농림부는 영농부산물, 환경부는 폐기물을 제거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전봇대 개폐기 상태를 확인하고, 국방부는 강풍시 사격훈련을 중지하기로 했다.
산림당국은 산불 발생 초기부터 기초자치단체장이 직접 지휘를 하고, 초대형 산불(3000㏊ 이상)일 경우에는 진화자원 동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경북이나 강원 등 대형산불 취약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게 되면 초기부터 '산불 2단계'를 발령하는 등 고강도로 대응할 예정이다.
주력 진화헬기는 대형에서 초대형으로 전환하고, 산불진화차도 대형과 고성능으로 교체한다. 야간산불 대응을 위해 드론산불진화대 10개팀 운영하는 동시에 드론 개발·보급과 항공기의 확대 도입도 검토한다.
산림당국은 동해안 산불 진화 과정에서 기관·단체, 부처간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져 인명 피해 없이 완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협업을 통해 국가기반시설인 한울 원자력발전소와 삼척LNG 생산기지, 소광리 금강송 숲 등도 화마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상섭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많은 장비와 인력을 지원해 산불진화에 힘을 보태주신 여러 중앙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산불진화대와 지역주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유관기관과의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지난 60여년 간의 특화된 노하우와 ICT 등 과학기술을 접목해 산불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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